노 前대통령 부부 '검찰 소환' 저울질

입력 2009-04-08 08:49:08

'박연차 발(發) 쓰나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자신의 임기 중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검찰의 사실관계 조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1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소환 계획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7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www.knowhow.or.kr)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오전 대검 중수부(검사장 이인규)가 참여정부 시절(2005∼2006년 사이) 박 회장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체포한 뒤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저의 집(부인)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 사용한 것"이라며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이라며 "그 혐의는 정 전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내용과 달리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3억여원은 정 전 비서관 본인의 몫이고,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돈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단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3억여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뇌물 또는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8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권 여사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과 구체적 액수(10억원 추정) 등을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또 2007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의 부탁으로 박 회장 측에 전화해 만나줄 것을 부탁했으며, 앞서 같은 해 8월에는 박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3자 회동'을 갖고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준비하기 위한 재단 설립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 계좌에 대한 검찰 조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6일 오후 홍콩 사법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검토·분석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4용지 30장 분량의 자료를 통해 해당 계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씨에게 500만 달러가 송금됐는지, 국내로 들어와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으며 연씨를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후반까지 계좌 분석 등이 마무리되면 노 전 대통령 부부 소환 계획 등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권 여사가 받은 것으로 전해진 10억원과 조카사위 연씨가 송금받은 500만 달러, 퇴임 후 차용증을 쓰고 빌렸다는 15억원과 관련해 각각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 뇌물죄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 접촉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은 7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건네받은 혐의와 관련,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다음은 사과문 전문이다.

▲사과드립니다.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저를 신뢰하고 지지를 표해주신 분들께는 더욱 면목이 없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힙니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정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입니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 상세한 이야기는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입니다.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조카사위 연철호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에 관하여도 해명을 드립니다. 역시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퇴임 후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호의적인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았고, 실제로 사업에 투자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과정에서 사실대로 밝혀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2009년 4월 7일

노 무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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