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제발 비밀로 해주세요.'
6일 오후 대구 달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사무실에 한 30대 남성이 주뼛거리며 들어섰다.
"성매수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이 남자는 처음엔 잡아뗐다. 그러나 경찰관이 성매수 시간과 장소를 들이대며 추궁하자 이 남자는 고분고분 혐의를 인정했다. "가족들에게 알리지 말아주세요. 이 사실을 아내가 알면 가정 파탄이 납니다."
한참 애걸하던 남성이 조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자, 또 다른 40대 남성이 얼굴을 붉힌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 남자는 조사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관의 질문에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이날 하루종일 조사를 받으러 온 성매수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무속인 K씨 일가족에게 10억원대의 화대를 갈취당한 A(27·여)씨에게서 성매수를 한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남성들이었다.
경찰은 A씨의 장부에 올라 있는 남성 500여 명에 대한 신원조회를 끝내고 성매수 혐의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장부에 남아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근거로 통신사별로 하루 10여 명씩 차례로 불러 성매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날까지 조사한 성매수 혐의자만 30여 명. 경찰은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대부분 순순히 성매수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워낙 사회적 이슈가 된 탓에 대부분 체념한 듯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모텔에서 A씨를 만났다고 진술했으며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학생, 농업, 회사원 등 직업도 가지가지였다. 그러나 남성들은 성매매 사실은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회사나 가족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직업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고 경찰은 전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하루에 10명 조사하기도 버거운 형편이어서 성매수 남성 전부를 조사하려면 석 달 이상 걸릴 것"이라며 "적발된 성매수 남성들은 모두 불구속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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