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머리가 아프다는 수험생들이 많다. 흔히 말하는 '고3병'이다. 이 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방법은 없다. 치열한 점수 경쟁을 해야 통과할 수 있는 입시제도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이 병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 고3병은 원인을 정확히 알고 지혜롭게 대응한다면 오히려 수험생활의 긴장을 유지하게 해 주며 학습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고3병' 왜 생기나?
흔히 고3병은 수면 부족과 과로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험생을 지도해 본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한다. 고3병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대하는 성적 향상이 제때에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나 좌절감이 그 근본 원인이라는 것.
많은 수험생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자정 무렵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에 들어설 때의 지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의 정을 자아내며 동시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심한 피로의 기색을 보이면 그 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부가 잘 되고 계획한 만큼 달성을 했다면 활기가 넘치고 몸놀림이 가벼울 것이다.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 극도로 지친 표정을 짓는다면 그 날 하루를 잘못 보낸 것이다. 공부가 잘 안 되어 잡념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귀가 후에도 계속 피곤한 것이다.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는 서로에게 진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학생 자신도 이 문제를 어정쩡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않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증세가 악화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시험이 다가오면 더욱 심해져 병원에 가야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예방법은 없나?
성취감은 고3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할 수 있는 만큼의 계획을 세워 반드시 실천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이 쌓이면 생활이 즐겁게 된다. 생활이 즐거우면 고3병은 절로 사라진다. 하는 일에 신명이 나면 어려움을 기꺼이 참을 수 있고, 잠을 적게 자도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된다.
수험생은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변명을 한다거나 핑계거리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활 전반에 대해 낙관하며 궁극적인 결단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을 보면 가정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부모가 극성스러울 때 자녀가 소심해지는 경향이 강하다. 평소에 잘 하다가도 큰 시험에 성적이 좋지 않는 수험생 뒤에는 부모의 만성적인 잔소리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모는 무엇보다도 자녀를 믿어야 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의젓해지고 강한 책임감을 갖게 된다.
어느 한 시험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수험생과 가족 모두의 대처 방법은 때로 입시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먼저 수험생 자신은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시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느긋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일시적인 성적의 하락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녀의 '몸종'이 되지 말라
고3은 황제이고 부모는 몸종인 집이 많다. 많은 고3생을 둔 어머니들이 모든 일정을 자녀의 시간에 맞춘다. 그리고 스스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기대만큼 못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 수험생들은 부모가 하루 종일 자신만 지켜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그냥 내버려두길 원한다. 부모가 극성일수록 자녀는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소심해지기 쉽다.
부모,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취미에 몰두할 때 자녀들은 부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존경한다. 부녀나 모자 간에 관계가 좋고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서로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고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고3은 '통과의례'에 불과
예전에도 입시는 있었고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는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했다. 그렇다고 그때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적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때는 부모나 자식이 고3 시기를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당연히 겪어야하는 통과의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자녀가 한 둘로 줄어들면서 우리는 모든 시간과 경제력을 교육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게 됐다. 이와 함께 온갖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고3병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이 수험생을 짓누르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로 수험생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눈길로 편안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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