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구미의 그늘

입력 2009-04-04 06:00:00

'우리는 금오산 기슭의/ 쓸모없는 낙동강변 350만 평을/ 땀과 슬기 단결과 협조로써/ 전자공업단지를 이룩하였다/ 이것은 보람찬 80년대로/ 행하는 하나의 디딤돌/ 하나의 전설/ 잘살기를 발돋움하는/ 민족의지의 표현 꿈의 실현/ 조국근대화의 우렁찬 고동/ 바꿔놓은 지도 위에/ 찬란한 태양이/ 영원히 빛나리라.'(1974년 시인 박목월 '구미공단'에서)

지역내총생산(GRDP) 4만5천915달러(2006년 기준)로 전국 최상위, 부동의 1위인 수출 342억 달러와 무역수지 흑자 231억 달러(2008년 기준)로 전국 최상위, 단일 공단으로 최초 100억 달러 수출 달성,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첫 3천300만㎡(1천만 평) 공단시대 돌입…. 구미가 그간 일궈놓은 업적은 '찬란했다'. 구미시는 지난해 시(市) 승격 30주년을 맞아 제2 도약 원년 선포와 함께 '21세기를 선도하는 세계 속의 명품도시 건설'을 선언했다.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구미의 겉모습은 그야말로 刮目相對(괄목상대)다.

그러나 구미의 속은 겉모양만큼 '찬란'하지 못하다. 특히 교통과 음주에 관한 한, '낙제점' 평가다. 이런 평가는 구미에 투자(1천700여 개 중 외국자본기업 45개)한 외국인들의 교통 무질서에 대한 불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일본투자기업 임원과 식사를 했던 한 기관장은 "무질서한 구미의 교통문화를 지적하는데 낯이 뜨거웠다"고 털어놓았다. 3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의 구미 방문을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것.

구미경찰은 음주운전 단속에서 한때 전국 3위를 했다. 뺑소니범 검거는 전국 1위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제 교통문제는 퇴폐영업의 한 표본처럼 알려졌던 '구미식 노래방' 못잖은 병폐가 됐다.

구미시 공무원 경우 2007년 징계자 16명 중 10명이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고 2008년에는 7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구미의 음주에 대한 위험 경고는 또 있다. 경북도가 최근 발표한 '경북도 2008년 지역사회건강조사결과'에 따르면 23개 시'군 가운데 고위험 음주율(성인남자 1인이 1회 소주 7잔 이상, 여자는 5잔 이상 마신 경험)이 58.1%로 울릉군(64.6%) 다음이었다. 이유는 뭘까. 40만 명의 구미시민의 평균연령이 31.7세일 만큼 젊은 도시이기 때문일까. '명품도시'를 내건 구미시가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되짚어볼 대목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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