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의 하룻밤…배 타고 떠나는 日히로시마 여행

입력 2009-04-04 06:00:00

▲ 미야지마로 향하는 페리호에서 본 오오토리이와 이츠쿠시마 진자. 미야지마의 상징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미야지마로 향하는 페리호에서 본 오오토리이와 이츠쿠시마 진자. 미야지마의 상징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킨린코의 풍경. 풍경이 예뻐 일본 여성들이 가고 싶어하는 국내여행지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 킨린코의 풍경. 풍경이 예뻐 일본 여성들이 가고 싶어하는 국내여행지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 다카자키야마의 원숭이들.
▲ 다카자키야마의 원숭이들.
▲ 미야지마의 실질적인 주인인 사슴들.
▲ 미야지마의 실질적인 주인인 사슴들.

"배타고 일본 가 봤어요?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가깝고도 가까운' 일본. 4, 5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을 경험하는 이들도 적잖아 일본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 중 하나가 됐다. 기후가 비슷해 계절에 따른 옷을 챙길 필요가 없는데다 시차가 없어 여행 피로를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게 일본 여행의 장점. 이처럼 지척에 있다 보니 최근에는 대구에서 출발해 부산에서 2만2천t급 팬스타 크루즈를 이용, 히로시마를 거쳐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는 선박 여행도 등장했다. 부산에서 11시간가량 걸려 제주도까지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부산과 가장 가까운 거리(50km)에 쓰시마가 있지만 팬스타 크루즈에 올라 짐을 부리고 '배를 둘러볼까' 싶으면 벌써 쓰시마일 정도로 가까운 곳. 팬스타 크루즈의 규모도 한몫하지만 배 여행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1시간은 할애할 만하다.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배를 타고 갈 경우 히로시마(廣島)까지 걸리는 시간은 11시간. 오후 8시 부산항을 출발, 다음 날 오전 7시에 히로시마항에 도착하기까지 밤바다의 묘한 분위기는 이튿날까지 지속된다. 가미카제(神風)로 몽골군도 건너지 못한 현해탄을 지나 일본의 지중해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유유히 건넌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겹다면 물 위에서 한잠 자도 괜찮다. 대신 부산 앞바다에서 끼룩거리던 갈매기는 밤새 까악 대는 까마귀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요코소, 니혼~.'(어서 오세요, 일본) 일본에 도착한 것을 가장 먼저 반기는 건 까마귀다.

◆미야지마(宮島)

'신발 밑창에 사슴똥을 묻히지 않고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사슴이 많은 곳이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야지마는 일본인들이 찾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다. 히로시마에서 지척인 미야지마는 일본에서는 유명 관광지 중 하나. 특히 서기 593년 만들어진 이츠쿠시마진자(嚴島神社)는 성스러운 곳이라 여겨 이곳에 들른 이들은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1168년에야 지금의 형태로 정비가 됐지만 태풍 등 천재지변과 전쟁 등으로 소실과 재건이 반복됐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바다 위에 지어진 이츠쿠시마진자는 만조 때 바닷물이 가득 차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오오토리이(大鳥居)와 함께 한폭의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루는데, 일본인들은 이를 일본 3대 절경(아마노하시다테(天ノ橋立) 마쓰시마(松島) 미야지마(宮島)) 중 하나라고 칭송한다. 특히 나무로 만들어진 오오토리이는 크기 16.8m, 폭 24m, 4층 건물 높이로 진자에서 17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진자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진자는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저택 양식으로 지어진 혼샤(本社)를 중심으로 21개의 건물이 273m의 긴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유후인(由布院)

다시 팬스타 크루즈를 타고 규슈로 접어들면 오이타현 유후인이 기다리고 있다. 유후인은 지명처럼 입에서 '유후~'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예쁜 동네로 온천객들을 그러모으는 곳. 지름이 1.5km 남짓한 마을이어서 자전거를 빌려 돌아봐도 괜찮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걸어다니기에도 충분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긴린코(金鱗湖). 호수라고 하지만 크기는 연못 규모다. 크기로는 여행객들을 실망시킬지 모르지만 그 아름다움에서는 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든다.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롭다. 수면 위로 뛰어오른 물고기가 석양에 반사돼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을 본 어느 시인이 긴린코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아침 풍경은 절경으로 손꼽힌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른 긴린코를 바라보면 누구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하니 과연 일본 여성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 중 하나일 만하다. 긴린코뿐 아니라 유후인은 마을 전체가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느낄 정도. 녹음을 품은 호수의 연둣빛 물빛과 호수 주변의 온천과 여관, 가게들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감없이 뽐낸다.

긴린코를 거쳐 본격적인 유후인 답사에 나선다. 마을 전체가 잘 조화된 예술품처럼 개성있는 전통 여관들과 레스토랑, 가게 200여곳이 아기자기하게 구성돼 있다. 편안하게 산책하면서 거리 곳곳의 미술관, 카페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고, 작고 아담한 것을 좋아하는 일본 특유의 정취가 묻어나는 각종 공예품을 파는 가게에 들러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카페와 갤러리, 가게를 누비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유후인을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는 것이지만 인력거를 타는 것도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전통 일본 복장을 한 인력거꾼이 끌어주는 인력거를 타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벳푸(別府)와 다카자키야마(高岐山) 원숭이공원

유후인이 새롭게 각광받는 온천 명소라면 벳푸(別府)는 우리나라 수안보와 같은 전통적인 온천 명소. 노인뿐 아니라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곳이며 현재도 매년 1천500만명의 관광객이 벳푸를 찾고 있다.

'벳푸=온천 지옥'이라고 할 정도로 이곳의 온천은 지옥을 연상시킨다. 벳푸의 이름난 지옥은 모두 9곳. 이 중 뿜어나오는 증기로 밥을 지어 신에게 바쳤다는 데서 연유한 가마도(부뚜막) 지옥. 이곳은 6개의 크고 작은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흙탕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천과 푸른 빛깔이 고운 연못 등 지옥의 모습은 다양하다. 무료로 제공하는 온천 족욕으로 여행의 피로가 말끔하게 씻겨나간다. 특히 화산활동으로 지하 수백m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과 눈앞을 가릴 정도로 유황향이 가득 밴 곳인 만큼 100엔짜리 몇 개로 즐길 수 있는 찐계란과 이 지역 특유의 사이다도 별미.

원숭이로 가득한 국립공원 다카자키야마는 말 그대로 원숭이가 주인인 산. 함부로 먹이를 줬다가는 온 동네 원숭이들에게 둘러싸일 위험(?)도 있다. '고작 몇 마리나 된다고' 하다간 큰코다친다. 자칫 뒷발질을 잘못해 원숭이 한 마리에게 상처라도 입히는 날에는 800여마리의 원숭이가 한꺼번에 달려들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산 아래 마을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 마을에는 개가 있기 때문.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은 만국공통이다. 하지만 일본 원숭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이곳 말고는 잘 없다. 다카자키야마에는 세 그룹으로 나뉜 원숭이 2천500여마리가 살고 있다.

◎경비, 이것은 생각하고 가자.

일본 선박여행 전문 '천눈애 여행'은 3박 4일 일본 크루즈 문화대탐방 상품을 최저 36만9천원(기항지 관광 별도)에 판매한다. 한정판 상품으로 5월 2일과 6월 4일 두 차례 운항하며 팬스타 크루즈 왕복 승선권(20인실 기준)과 3박 및 3조·석식이 포함돼 있다. 선박 안 숙박시설은 7종류로, 최고급 시설을 이용할 경우 왕복 승선권은 129만원. 오후 7시 부산을 출발해 다음날 오전 6시 히로시마에 도착한다.

일본은 교통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우리 국내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몇 배의 교통비가 든다.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어느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도 요금의 차가 크다. 따라서 이동 루트를 잘 짜는 것은 일본 여행의 필수.

버스나 지하철은 1구간의 승차요금이 100~200엔 정도다. 따라서 시내에서만 움직여도 하루 500~1천엔은 드는 셈. 여행계획을 세울 때 간사이 스루패스 구입도 고려해봐야 한다. 때에 따라선 스루패스가 더 쌀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사이 스루패스는 2일권과 3일권 두 종류가 있다. 2일권은 3천800엔(어린이 1천900엔), 3일권 5천엔(어린이 2천500엔). 한국의 주요 여행사나 일본 현지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하루 식비는 최소 1천500엔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 햄버거가 200~650엔, 라면·우동 등은 200~800엔 정도. 보통 점심메뉴는 1천엔, 저녁 메뉴는 1천500엔 정도로 잡으면 무난하다. 글·사진=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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