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적 한국어 강의 대구 출신 이정미씨 영면

입력 2009-04-02 10:35:36

"참된 학자" 울어버린 미국 대학들…모교 UCLA 조기게양 애도 확산

"성실함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참된 애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학자로서 강사로서 모범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던 지역 출신 한 교수의 죽음에 미국 대학가가 슬픔에 빠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티대학은 최근 이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이정미(미국명 소피아 리·사망당시 39세·사진)씨를 기리는 장학금을 이번 가을학기 때부터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대학에서 7년 동안 한국학을 가르치던 이씨는 지난해 말 맹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구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이씨는 1994년 버클리대에서 동아시아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1997년 코넬대에서 아시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UCLA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한 그는 로스앤젤레스시티대학을 비롯해 LA 인근 여러 대학에서 한국어, 한국사, 한국 문화 등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강사로서 학부생들을 가르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 그의 강의실엔 언제나 수강생들로 만원을 이뤘다. 그는 가족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시간 강의를 위해 오전 2, 3시까지 준비했다"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강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 동료교수들은 이씨에 대해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훌륭한 인재였다"며 "학자로서, 강사로서 발전 가능성이 컸다"고 아쉬워하고 있고 학생들도 "그처럼 열심인 강사를 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에 대한 추모 열기는 미국 대학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모교인 UCLA는 전체 교수회의를 거쳐 이씨가 공부하고 소장한 1천여권의 한국학 관련 책과 논문 자료들을 모아 이씨의 미국명을 딴 '소피아' 문고를 준비중이다.

또 이 학교 총장은 학교 차원에서 이씨의 학자로서의 업적과 학교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리기 위해 지난 2월 5일 학교에 조기를 게양, 죽음을 애도했다. 이씨가 강의하던 또 다른 학교인 산타모니카 칼리지에서도 유족에게 감사장을 전하며 한미문화의 가교 역할을 한 이씨의 업적을 기렸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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