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대출, 대구서만 2,500억 풀린다

입력 2009-04-02 08:47:05

#대구에서 스포츠의류 도매업을 하는 A씨. 그는 경기악화로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의류 제조업체마저 현금 구매를 요구해오자 난감했다. 팔 물건을 사오기 위해서는 현금이 필요했고 돈을 빌려야 했지만 은행은 "안된다"고 했다. 담보가 없다는 이유였다. 가슴이 타들어가던 A씨는 신용보증재단에 가면 보증서를 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신문 기사를 발견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대구신용보증재단의 문을 두드렸고 5천만원을 빌리는데 성공했다. 물건을 제 때 받아들 수 있었던 A씨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물건을 들여올 수 있었다.

"이대로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해 6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5천만원이 없어 가게문을 닫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신용보증제도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A씨는 가뭄의 단비가 따로 없다고 했다.

#역시 대구에서 세탁기계 제조업을 하던 B씨는 지난해 경기 악화로 공장문을 닫았다. '먹고살 궁리 끝'에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인 세탁업에 다시 뛰어들기로 했다. 이번엔 세탁기계 제조가 아니라 직접 세탁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번 망한' 경험이 있는 B씨는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었다. 담보가 있어도 돈을 빌려주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신용보증제도를 알게 됐고 창업자금 5천만원을 빌렸다. 지난해 돈을 빌린 그는 올들어 가맹점도 2개나 내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정말 제 신용과 기술을 믿고 보증서를 발급해준 신용보증재단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제도가 있어야 서민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B씨는 신용보증제도가 새 인생을 열어줬다고 했다.

정부가 바닥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은행 창구가 멀기만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신용보증 확대를 주문하면서 올 상반기 대구시내에서만 2천500억원의 돈이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내까지 포함시키면 3천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전국에서 보증 확대가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으로 집계되고 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들이 금고문을 잠그기 시작하면서 업체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돈가뭄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정부가 나섰고 지난해말부터 강력한 신용보증 확대정책이 시작됐다. 보증서를 소지한 소상공인 대상 대출은 은행 측이 전혀 대출 위험을 안지 않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올들어 바닥 경제에는 엄청난 규모의 돈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의 경우, 올들어 3월까지(27일 기준) 7천576건의 신규보증을 해주면서 1천324억원을 공급했다. 불과 3개월만에 바닥 경제에 1천500억원 가까운 돈이 공급된 것이다. 올들어 3개월동안 대구신용보증재단의 신규보증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건수기준으로는 630%, 보증금액기준으로는 385% 폭증했다.

경북신용보증재단 역시 올들어 2월말까지 2천189건에 372억1천600만원을 공급, 역시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건수는 489%, 금액은 373%가 늘어났다.

건수를 기준으로 할 때 올해 대구의 지난해 대비 보증 증가율은 광주에 이어 전국 최고치였고 경북 역시 도(道) 단위에서는 전국 최고였다. 대구와 경북이 전국에서 보증 공급건수가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것이다.

지역 신용보증재단의 보증 공급 증가세는 매달 폭증세로 올 상반기말이 되면 4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경우, 1월 신규보증이 330억원, 2월 430억원, 이달 580억원 등으로 매달 폭증세다.

◆보증, 어떻게 받지요?

제조업·서비스업·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을 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끊으면 은행에서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보증한도 산출기준 및 차입금 심사기준이 대폭 완화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보증서를 받아아고 있다.

또 과거 같으면 신용보증재단에 갔다가 다시 은행을 오가야하는 등 여러번 발품을 팔면서 불편을 겪었지만 요즘은 절차를 대폭 간소화 은행에서 모든 수속이 끝나도록 시스템화됐다.

더욱이 소상공인들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 저녁까지 지역 신용보증재단은 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빌릴 수 있는 액수는 100만원 단위부터 4억원까지로 보통 3천만원 이하 대출이 주류다.

추교원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바닥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대구신용보증재단 경우, 보증재단 기본재산 대비 보증액이 5.19배로 전국에서 가장 높을만큼 많은 보증을 해주고 있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소상공인들이 보증제도를 통해 자금위기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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