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표류하는 '공연 도시' 사업

입력 2009-04-01 10:53:14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위치 논란, 공연문화 육성 '종합적 계획'부터

대구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공연 문화 중심 도시' 사업이 중심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민간사업자의 제안을 대구시가 받아들여 뼈대를 갖춘 '공연 문화 중심 도시' 사업은 지난 2월 중순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핵심인 뮤지컬 전용 극장 민간 투자 사업 채택 동의안이 유보된 데 이어 지난달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도 상정조차 되지 않아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뮤지컬 전용 극장 민간 투자 사업을 채택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구시의 공공부지 중 노른 자위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회관 부지에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짓는다는 데에 난색을 표한 것이고 어린이회관 부지가 가뜩이나 문화시설이 몰려 있는 수성구에 있어 다른 구와의 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시설의 30% 정도를 민간업자가 부대 시설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에 특혜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대구시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대구시의 달콤한 구상은 뿌리부터 뒤흔들리고 있다. 대구시는 뮤지컬 전용 극장을 짓기 위해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민간업자가 어린이회관을 그 부지로 요구하는 바람에 이를 받아들였으나 대구시의회는 바로 그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민간업자들로서는 투자 대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장 좋은 부지를 요청한 것이나 대구시는 민간업자들에게 끌려가는 인상을 주면서 주요 사업 계획이 시의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대구시로서는 각종 사업에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하는 처지이긴 하지만 때로 민간사업자에게 요령 없이 실속을 챙겨 줄 우려도 있어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지역 문화계 안팎에선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왜 하필 뮤지컬 전용 극장인가 하는 점이다. 뮤지컬은 많은 문화 장르 중 상업성이 가장 강한 분야인데 클래식 음악, 연극이나 무용 등 다른 분야의 지원은 고려하지 않고 왜 유독 뮤지컬 육성에 열을 올리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공연들이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면서 여기에 고무돼 뮤지컬 전용 극장 건립을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너무 단순하게 정책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또 대구에서 하는 뮤지컬 공연 대부분이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지만 서울과 외국의 극단과 배우, 기획사들, 대구의 2, 3개 기획사들에 수익이 돌아가고 대구에는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 아니냐는 지적도 흘려버릴 수 없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이해 관계에서 나오는 말이긴 하나 대구의 공연 문화 전체를 대상으로 두고 좀 더 종합적인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든가, 건물을 세우려는 데 치중하기보다 좋은 극작가와 작곡자, 배우를 기르는 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대구에는 좋은 공연 시설이 다른 어느 도시보다 많아 뮤지컬 전용 극장이 따로 필요치 않다는 주장도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수년 사이 각 구별로 첨단 시설의 공연장이 들어서는가 하면 대학들도 앞다투어 번듯한 공연장을 세웠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뮤지컬 전용 극장이 건립되면 다른 공연장들을 장르별로 특화된 공연장으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함께 세워 놓았는데 구청이나 대학 등에서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들리는 계획에 동의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문화계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뮤지컬 전용 극장 건립에 필요한 돈이 390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그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이 들며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자본을 은행 등에서 빌려 사업에 나서다 중간에 넘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건립 후 유지'관리가 힘들어지는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목소리들이 뮤지컬 전용 극장 건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훌륭한 문화 인프라가 더 갖춰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계획 초기부터 암초에 부딪히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공연 문화 중심 도시' 사업이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대구시는 좀 더 종합적으로 사업 계획을 다듬어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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