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500만 달러' 진실은

입력 2009-04-01 10:54:23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무렵인 2007년 2월 말 노건평씨 첫째 딸의 남편에게 500만 달러를 준 사실이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나중에 조카사위가 돈을 받은 것을 알았고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조카사위 측은 "해외 투자 목적으로 홍콩계좌를 통해 송금 받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조카사위 쪽 모두 수상한 돈 거래가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는 것이다.

이 돈이 누구 것이며 어떤 성격의 돈인지는 검찰이 파고들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내용이다. 계좌 추적, 대질조사 같은 것을 해보면 노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몰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거짓을 꾸며대고 있는지 가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박 회장은 일련의 정치자금 제공 사실을 털어놓은 것과 관련해 "돈을 주지 않아 놓고 어떻게 줬다고 하겠나"며 모두가 사실이라는 태도라고 변호사가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아무리 통이 크다지만 조카사위라는 30대 젊은이에게 선뜻 500만 달러를 건넨 점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돈이 오간 시점 또한 묘한 추측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차용증을 주고받았다고는 하나 박 회장과 15억 원의 돈 거래를 했다. 그렇게 보면 500만 달러에는 이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일각에서 퇴임 위로금이거나 재임 중 대가성 보은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박연차 게이트'는 500만 달러의 진실에 따라 어떤 폭발성을 몰고 올지 모를 상황으로 내닫고 있다. 어제 민주당 대변인은 '박연차 리스트' 전면 공개를 촉구하면서 "원칙적으로 노 전 대통령도 문제가 있다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이 사건 수사야말로 성역이 없어야 한다. 누구보다 도덕적 순결성을 앞세운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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