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간 법의학시대 열렸다…첫 연구소 개소

입력 2009-04-01 09:54:04

대구에 첫 사설 법의학연구소가 문을 열었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다. 전국적으로 법의관(法醫官)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자칫 '억울한 죽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 민간 법의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법의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대전에서 한 80대 사업가가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 숨졌다. 경찰은 현장 검안 의사의 특별한 외상이 없다는 사망 소견을 받아들여 자연사로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하지만 외국에서 달려온 딸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급반전했다. 딸의 거듭된 요청에 시신을 부검한 결과 돈 문제로 직원이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의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죽음의 현장에 '법의학 전문가'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자칫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잖다.

대구경북에서 부검을 할 수 있는 법의관은 고작 3명뿐이다. 전부 의대 교수와 겸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17명 등 모두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부검을 할 수 있지만 부검을 전문적으로 하는 의사가 극히 드물다. 법의관 한 명을 배출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지만 연봉 6천만원을 받고 법의관을 택하는 의대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밝히겠다.

대구에서 '죽은 자의 변호사'를 자처하며 첫 사설 법의학연구소의 문을 연 사람은 권일훈(52) 세종법의의원 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20여 년간 법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다가 '지역의 법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사설 법의학연구소를 열었다.

권 소장은 "사인을 밝히는 검안 및 부검이 전문적인 훈련이나 교육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의 손에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아직도 의문사 및 보상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죽음이 적잖다"고 말했다.

경찰들도 민간 법의관의 탄생을 반기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일반 의사들이 현장에서 검안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나 법의학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며 "전문 법의관이 지역에 사무실을 열게 돼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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