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돌아온 댐

입력 2009-03-31 10:47:51

보고 듣기 지겨워도 피해 가려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세계적으로 난리인 가뭄도 그렇다. 소문대로라면 세계의 곡창이라는 아르헨티나는 올해 한발로 옥토 20%가 황폐화됐다. 멕시코'오스트레일리아'중국 등도 마찬가지 상황에 시달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곡창지대에선 농사를 포기하는 농장이 속출한다. 이러다간 올해 30억 달러 이상의 농업손실이 발생하고 9만5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 강수 상황은 어떨까. 속속 정리되고 있는 연구'분석 결과들에 따르면, 우선 연평균 강수량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1970년대는 1천220㎜였으나 2000년대에는 1천400㎜를 넘었다. 앞으로 80년쯤 후에는 1천600㎜에 이를 것이며, 장기적으로 우리 땅은 아마존 같은 습지로 변해갈 것이란 전망이 제시돼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기별로 나눠 보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계절별 편차가 갈수록 커지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할 경우, 6∼9월 넉 달간 강수량은 718㎜에서 980㎜로 급증했다. 반면 10∼2월 다섯 달 강수량은 203㎜에서 179㎜로 줄었다. 6∼9월 강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58.4%에서 69.8%로 치솟은 반면, 10∼2월 강수량 비중은 16.9%에서 13.2%로 떨어진 것이다. 갈수록 가을∼겨울 사이 가뭄이 심각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대책은? 물 저장 능력을 대폭 키우는 일이 다급하다. 댐 건설도 한 방법이다. 마침 그에 대한 세계의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1990년대에 활발했던 건설 반대운동이 수그러들었다.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긴 하지만, 댐 자체는 수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지난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세계 물 포럼'에서는 금기시돼 오던 댐 건설 주장이 당당히 전면에 등장했을 정도다. 1980년도 연간 500건에 달하다가 2000년 200여 건으로 급감했던 세계 댐 완공 건수도 다시 250여 건 수준으로 만회됐다. 이런 변화를 두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댐이 다시 돌아왔다'는 표현을 썼다.

지난주 월요일은 기상의 날, 그 전날은 물의 날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열대야가 늘고 작물지도가 바뀌고 생태계가 흔들린다지만 가뭄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 우리 정부의 대비는 제대로 돼 가는지 모르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