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행복 바이러스' 불황에 찌든 시민들 모처럼 웃음꽃

입력 2009-03-30 10:08:47

'연아야 고맙다.'

29일 일요일 오전부터 TV 앞에 몰려든 시민들은 김연아 선수의 선전에 환호했다. 특히 이날 김연아 선수가 미국에서 보내준 '행복 바이러스' 덕에 경제난에 찌들려온 시민들은 오랜만에 희망찬 웃음꽃을 피웠다.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는 김모(46)씨는 "정리해고를 당한 뒤 매사 의욕이 없고 불안했는데 온갖 어려움을 딛고 우승한 김연아 선수를 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대학 휴학생인 최혜연(23·여)씨도 "휴일이지만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나왔다가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에 빠져들었다"며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주부 이영아(35)씨는 "시상대에서 눈물을 훔치는 김연아 선수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김연아 선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큰 빛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최종복(66)씨는 "경기침체와 민생고통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선사했다. 부모의 과보호 아래 나약하게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도 훌륭한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각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주말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이 TV 앞에 몰려들었다. 한현수(32)씨는 "사상 최고 점수로 우승한 김연아 선수를 보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지나친 부담감을 갖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회사원 김수철(32)씨는 "이번 성적 때문에 내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부담감을 이기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연아 선수가 '꿈의 200점'을 돌파하며 승전보를 전하자 인터넷도 축제 분위기였다. 한 네티즌은 "김연아에겐 여자싱글 무대가 좁으니 이제 남자싱글로 진출하라"고 주문했다.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니, 여왕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등 축하 댓글들이 쏟아졌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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