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수정(55)씨는 1년 전부터 온몸이 쑤시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마치 밤새 얻어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머리도 자주 아프며, 이 때문에 신경을 쓰면 설사 증세도 나타났다. 손가락, 무릎, 다리, 허리, 목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앉았다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다. 박씨는 "통증 때문에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우울한 기분까지 생기면서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졌다"며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병원 몇 곳을 전전하다 최근에서야 섬유근통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섬유근통이 뭐야? 근육통인가?"
섬유근통이란 질환이 있다. 그러나 섬유근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섬유근통을 오랫동안 앓아왔지만 진단받기 전까지 이런 병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신 통증이 특징인 섬유근통이 독립 질환으로 인정돼 섬유근통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도 2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온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도 병명이 나오지 않아 그동안 '꾀병' 취급을 받는 경우가 적잖았다. 그렇다면 섬유근통이란 무엇이고,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을까.
◆섬유근통 증후군
섬유근통은 관절 주위에 있는 인대, 근육, 힘줄 등 연부조직 류머티즘의 일종으로, 특정 인대·근육 접합부를 눌렀을 때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섬유(인대), 근(근육), 통(통증)을 조합해 섬유근통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섬유근통 환자들은 보통 일반인이 통증으로 느끼지 않는 자극도 통증으로 받아들인다. 보통 40, 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전 연령에 걸쳐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발병빈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최근 경북 포항, 울진을 대상으로 조사에서 2.2%가 섬유근통을 앓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인
섬유근통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추신경에서 통증을 받아들이는 '센서'가 예민해져 전신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 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들이 특정 환경인자에 노출됐을 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섬유근통 환자 직계 가족에서 유병률이 8.5배나 높고, 통증 전달에 관여하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수용체의 유전적 다형성이 섬유근통의 발병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또 바이러스 감염이나 육체적 외상, 정신적 스트레스, 갑상선 기능 저하, 류머티스 관절염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
섬유근통의 대표적인 증상은 전신 통증이다. 대부분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표현하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증을 느낀다. 이러한 통증은 위치와 정도가 계속 바뀌기도 한다. 등이나 허리, 손가락 등의 통증이 심해 퇴행성 관절염이나 요통으로 알고 잘못된 치료를 받거나 관절의 뻣뻣함을 느껴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전신 통증 외에도 피로감, 수면장애, 두통, 변비·설사, 월경 곤란, 빈뇨, 구강 건조증상 등도 나타나고 이유 없이 슬프거나 감정이 가라앉는 우울한 기분과 불안감이 2차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실제 환자 중 피로감은 80%, 수면장애는 65%, 두통은 70% 정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
일반적으로 1990년 미국 류머티스학회가 제안한 분류 기준을 따르는데 최소 3개월 이상 신체의 좌우, 허리 위아래, 척추 부위에 통증이 있고 전신의 18개 압통점 중 11개 이상에서 통증이 있는 경우 섬유근통으로 진단한다. 압통점 진단의 경우 보통 손가락으로 압통점을 누르면 몸이 움찔하거나 통증을 느낀다. 간단한 자가진단 방법으로, 머리 뒤쪽 머리뼈 바로 밑의 근육 힘줄이나 뒷목과 어깨가 만나는 부위의 근육을 따라 누를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섬유근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그러나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받아야 하고 섬유근통을 동반시킬 수 있는 갑상선 기능저하, 류마티스 질환 등의 검사도 받아보는 게 좋다.
◆치료
중추신경의 통증감각 처리 과정에서의 이상과 신경내분비 기능 이상 때문에 통증이 나타나는 만큼 이를 교정하는 약물치료가 기본이 된다. 또 통증 때문에 나타나는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운동이나 인지행동치료 등의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일반적인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진통제 계열의 약물이 아니라 신경전달체계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을 조절하는 약물이 사용된다. 먼저 아미트립틸린 등 항우울제가 사용되는데, 우울증 치료 때보다 훨씬 적은 양을 사용하고 복용시기도 짧아 큰 문제는 없다. 보통 2주 내 효과가 나타난다. 척수, 뇌의 통증 전달로 등 신경계에 작용해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도 있는데 이 역시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이런 약물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 통증 전달 과정에 직접 작용해 통증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가 2차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약물치료=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통증과 피로감을 줄여 준다. 약물 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 호전시킨 다음 운동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가벼운 운동이 좋고 서서히 운동량을 늘여야 한다. 또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데, 심호흡이나 명상 등의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충분한 수면과 술·담배·카페인 섭취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특히 통증에 너무 매몰되거나 걱정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즐거운 일을 찾아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한승우 대구파티마병원 류머티스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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