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들으면 잘 어울릴 클래식 명곡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아마도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 같다. 물론 비발디의 '사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다 들어있지만, 밝고 경쾌한 봄의 1악장 멜로디가 우리 귓전에 익숙할 것이다.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비발디의 '사계' 못지않게 봄을 느끼게 해주는 클래식 음악으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또한 클래식 매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이다. 바로크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약 400여년 동안 수많은 작곡가들과 아름다운 명곡들이 명멸했지만, 그 중에서도 '악성'(樂聖)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일한 작곡가, 베토벤 생애 최고의 명곡은 단연 '운명 교향곡'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9개의 교향곡 중에서 5번째 교향곡 '운명'과 6번째 교향곡 '전원'이 거의 동시에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평생 자신을 능가하는 새로운 음악과의 싸움으로 위대한 명곡을 만들어냈던 베토벤이 1802년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남길 정도로 충격적인 자신의 귓병에 대한 얘길 듣게 되었다.
이제 조금씩 명성을 쌓고 있던 30대의 젊은 베토벤은 처음엔 좌절하고 자살할 생각까지 했으나 과연 위대한 음악가답게 난관을 극복하고 더욱 성숙한 작곡가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그리고 몇년 뒤 1807~1808년 사이 베토벤 중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걸작들이 태어난다.
'전원 교향곡'은 1802년 죽음을 결심하고 유서를 썼던 하일리겐슈타트를 다시 찾은 베토벤의 시골전원이 주는 마음의 평안에 대한 개인적인 고백이자 특별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비발디 '사계'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두 작품이 모두 '표제음악'(program music)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곡가가 외부의 어떤 자극이나 동기 혹은 다른 예술작품에 대해 자신만의 감상을 표현해 놓은 음악을 표제음악이라고 하는데, 베토벤에게 하일리겐슈타트의 자연은 자신에게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의미를 부여한 곳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은 곳이지 않았을까.
봄이 오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을 오케스트라에 담아 새소리·바람소리·시냇물소리· 천둥번개소리·농부들의 바쁜 움직임과 즐거운 춤에 이르기까지 마치 독일 시골의 봄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듯이 묘사하고 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올 봄에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베토벤이라는 작곡가를 인간적으로 이해해 보자.
"누군들 자기 주위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폭풍우를 피할 수 있겠나. 그러나 나는 행복해야만 하네. 아마 나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중에서 가장 행복한 자 중의 하나일 걸세. 만약 내 귀에 악마가 들어앉지만 않았더라면 말이지. 아! 삶은 정말 아름답지만, 내게 그것은 영원히 독이 묻은 아름다움이네." (1810년 5월 베토벤이 친구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최영애(음악칼럼니스트·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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