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연차 리스트' 의원들도 방탄국회 숨나

입력 2009-03-27 11:10:36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이 어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구속 수감했다. 이번 사건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구속 첫 케이스다. 이 의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2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그간 검찰에 출두해 조사에 응했다. 반면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서갑원 의원은 검찰 소환을 거부하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서 의원은 26일 오후 1시까지 대검찰청에 출두하라는 통보에 불응했다.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대여 협상을 해야 하는 민주당 원내 부대표이기 때문에 출석 일정을 재조정해 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곧 열릴 국회 뒤로 숨어버리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떳떳한 입장이라면 검찰에 나가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 당당하지 속보이는 핑계를 대며 꽁무니 빼는 것은 386출신답지 않다.

서 의원이 뻗대는 것은 '방탄국회'가 보여온 초당적 동료애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당 김재윤 의원이 병원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지난해 9월 국회가 검찰의 체포동의요구서를 시한내 처리않고 뭉개버렸다. 이 달 6일에는 요리조리 검찰을 피하던 김 의원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에 이르자 여야 의원 163명이 탄원서를 냈다. 그 덕인지 김 의원은 웃으며 귀가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 강기갑 민노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최욱철 무소속 의원도 방탄국회 덕을 보며 검찰 수사를 비웃은 경우다.

검찰은 이번 주에 2, 3명의 의원을 부를 계획이라고 한다. 서 의원뿐 아니라 한나라당 박진'권경석 의원도 소환 대상인 모양이다. 그런데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강력한 저항 운운하며 엄포놓는 것을 보니 또 방탄국회로 갈 것 같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같은 죄를 짓고도 버티면 살 수 있다는 정치권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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