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자연환경-조류④

입력 2009-03-27 08:42:43

▲ 봄이 오면서 산란을 위해 모여드는 갈매기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생존을 위한 살벌한 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①서로 먹이를 물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②오른쪽 갈매기가 먹이를 삼키고 있다. ③먹이를 삼킨 갈매기가 입을 약간 벌리고 방심한 순간, 왼쪽 갈매기가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어 먹이를 빼앗는다. ④순식간에 먹이를 삼킨 왼쪽 갈매기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멀뚱한 표정이다.
▲ 봄이 오면서 산란을 위해 모여드는 갈매기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괭이갈매기 두 마리가 생존을 위한 살벌한 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①서로 먹이를 물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②오른쪽 갈매기가 먹이를 삼키고 있다. ③먹이를 삼킨 갈매기가 입을 약간 벌리고 방심한 순간, 왼쪽 갈매기가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어 먹이를 빼앗는다. ④순식간에 먹이를 삼킨 왼쪽 갈매기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멀뚱한 표정이다.
▲ 1998년 환경부 조사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힌 제비.
▲ 1998년 환경부 조사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힌 제비.

바위섬 독도는 생명의 섬이다. 나무가 없고 풀이 드문 돌섬이지만 뭇 생명을 키우는 섬이 독도이다.

지난 초겨울 아침 물골 계단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둘러서서 웅성거렸다. 뭔가 했더니 청둥오리 한 마리가 어업인 숙소 창고 앞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불안한 눈망울을 굴리며 숨을 할딱거리는 품이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리와 함께 원양을 건너오다가 낙오를 했는지, 무리는 모두 사고를 당하고 혼자서 이 섬에 내려앉았는지….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종이박스에 넣고 물에 밥을 말아서 넣어주었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먹을 것에 입도 대지 않았다. 청둥오리는 끝내 비틀거리며 날아올라 뒷산 바위 틈새로 기어들었다. 아무래도 새들한테는 새들의 공간이 편했는가 보다.

독도에서는 청둥오리처럼 지쳐서 탈진한 새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은 대륙을 넘고 대양을 건너 수만리 먼 곳으로부터 날아오는 동안 기갈 들고 허기진 새들이다. 사할린에서 월동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가는 알락도요새, 시베리아에서 태어나 겨울을 나기 위해 타이완을 겨냥하고 날던 흰뺨오리 같은 무리들이 그들이다.

창공을 날아올라 계절풍을 타고 유영(遊泳)하지 못하고 거친 해풍을 맞아 사투(死鬪)를 벌인 것이다. 날개근육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오는데 맞바람은 새들이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휘젓기를 멈추면 속절없이 바다에 수장될, 어찌할 수 없는 궁벽의 사태.

그 때 새들에게는 대양 가운데 한 점 섬, 독도가 있기에 비로소 내려앉아 날개를 부릴 수 있다. 그들은 독도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로소 한 줌 먹이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한 방울 물로 기갈을 달랜다. 학자들은 이런 독도를 두고 '구원 섬'(Rescue Island)이라고 부른다. 철새 이동 경로상에 있어 '긴급피난' 기능을 하는 섬이란 뜻이다. 때문에 이 바위섬 독도가 '생명의 섬'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기(利己)적인 인간들의 독도 개발이 새들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기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서도 물골 근처에는 새들이 들끓었다. 새들의 주검도 많았다. 목이 타고 지친 새들이 물골 근처로 와서 물을 먹고 기운을 차려 먼 대양의 하늘로 솟아오르기 위해 쉰다.

그 중 몇몇은 끝끝내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근처에서 맥을 놓은 것으로 보였다. 올 봄 들어서는 물골 근처에 죽은 새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물골 물은 독도에 사람이 들어오기 이전 먼 옛날부터 새들에게도 유일한 생명수였다. 그들은 머나먼 여행길을 나서며 조상들로부터 전해 들었을 것이다. 독도로 가면 서도 물골에서 감로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중대백로도, 해오라기도, 고방오리도, 황조롱이도 물골에 와서 목을 적셨다.

그러나 지금은 물골 물이 고이는 홈통에 철문을 달고 뚜껑을 덮었다. 밖으로 빼낸 파이프 끝에는 수도꼭지를 달아뒀다. 물을 먹으려면 수도꼭지를 틀어야 한다. 새들은 수도꼭지를 틀 수 없다. 새들은 기갈을 면할 수 없다.

더 이상 새들이 독도에 내려앉을 이유도 없어졌다. 새들은 벌써 여행 경로를 바꿨는지 모른다.

독도에서 새들을 괴롭히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풀도 새들을 위해(危害)한다. 쇠무릎이란 풀은 씨앗이 익으면 미세한 화살촉 같은 것이 발달하여 동물의 몸에 붙는다. 가을 숲을 걷다 보면 옷에 달라붙는 잔 씨앗이 그것이다.

이 쇠무릎 씨가 익을 때는 바다제비가 알을 까고 나오는 시기. 씨는 악착같이 새끼 새들 몸에 달라붙어 결국 유조(幼鳥)들은 풀씨에 결박당해 죽고 만다. 환경부에서는 매년 새끼 바다제비를 보호하기 위해 쇠무릎 제거작업을 펴고 있다. 학자들은 이 작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정의 이름으로 새들에게 베푸는 친절에 덤 하나 더. 물골 물도 원주인인 새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은 이제 바닷물을 담수화시켜 먹기 때문에 물골 물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대단한 공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넘치는 물만큼 밖으로 흘러나와 물통에 고이도록 하면 된다. 다시 새들이 독도에서 물을 얻을 수 있고, 쇠무릎에 걸려 새끼를 잃지 않을 때, 새들은 독도를 다시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생명을 키우는 섬 독도 본연의 모습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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