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AIDS

입력 2009-03-26 10:48:56

최근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에이즈에 감염된 택시기사 전모(27)씨의 무분별한 성접촉 사건으로 에이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씨가 주기적 검사에서 5년 동안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에이즈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일반인들의 불안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빈약한 지원시스템과 잘못된 사회적 인식 등이 에이즈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식 HIV감염인 6천명 시대

HIV감염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5년 국내에서 최초로 HIV감염자가 발견된 이래 지난해 12월 말 기준 누적 감염자 수가 6천120명(사망 1천84명)에 이른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6천명을 넘어선 것. 지역에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 2월 말 현재 대구에 177명, 경북에 110명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의 2008년 한 해 동안 신규 HIV감염자는 797명으로 2007년 744명에 비해 7.1% 증가했다. 하루에 2.1명 꼴로 HIV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 2001년 신규 감염자 증가율이 전년도에 비해 49.5%를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율은 줄어들고 있지만 신규 감염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확산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규 감염자 성별은 남성 743명(93.2%)로 절대적으로 많았다. 감염자 가운데 감염경로가 밝혀진 459명 모두 성접촉에 의한 것이었다. 신규 감염자의 연령은 경제활동이 왕성한 20~40대가 584명으로 전체의 73.3%를 차지했다. 특히 성문화 변화로 10년 전 1,2명에 불과했던 10대 감염인 수가 지난해 2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HIV감염자 수가 실제론 훨씬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HIV에 감염되고도 본인이 모르거나 보건당국에서 확인하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김지영 사무국장은 "WHO(세계보건기구)나 UNAIDS(UN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에서는 잠재적 HIV 감염자 수가 공식 집계보다 5~10배 정도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지원 필요

에이즈 검사를 받는 절차는 수월한 편이다. 전국 보건소와 에이즈 검진상담소, 병·의원 등 많은 곳에서 간편하게 검사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정된 '에이즈예방법'이 시행되면서 대구에서는 각 구 보건소와 레드리본정보센터(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운영)에서 무료 익명검사가 가능하다.

에이즈 검사에서 1차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2차 확진검사를 받는다. 이를 통해 HIV감염을 확실히 판단하는 것. HIV감염이 확정된 사람은 실명전환 선택을 하게 되고 전환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등록, 매달 100만원 정도의 치료비를 받으면서 보건소 관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사후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이다. 보건소의 에이즈 담당자가 전문직이 아닌 행적직인데다 자주 교체되다보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개인의 성향에 맞게끔 지속적인 상담·교육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HIV감염인은 실직과 가족 해체 등 큰 어려움을 겪는데 정부에서 단지 치료비만 지원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더욱이 치료비를 본인이 먼저 부담하고 나중에 환급받는 방식이라 저소득층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HIV감염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에이즈에 대한 지식·태도·신념 및 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41.5%가 'HIV감염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지영 사무국장은 "빈약한 사후 지원과 부정적인 인식 등은 결국 잠재적인 HIV감염자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보건선진국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감시나 통제만으로 에이즈 관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에이즈 관리를 복지나 지원 개념으로 전환해 HIV감염자들이 절망을 극복하고 2차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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