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HIV 감염자가 본 충북 제천 사건

입력 2009-03-26 10:50:41

"이번 충북 제천 사건을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언론들의 보도가 HIV감염자들의 관리 소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잖아요. 감염자들의 인권이나 사회적 냉대는 관심 밖이더라고요."

HIV 감염자인 김모(46)씨는 에이즈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메워진다. 그런 사건이 터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염자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라는 식의 질타로 이어지는데 그럴 때마다 죄책감과 절망감으로 사는 감염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 사건도 어찌보면 한 변태성욕자나 이상성격자의 행동으로 빚어진 일인데 관심이 오직 그가 HIV감염자란 사실에 맞춰져 있다"며 "그럴수록 감염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더욱 심해진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2006년 온 몸에 힘이 없고 코나 입술이 허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그 후 1개월 뒤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고서야 HIV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처음 2개월 동안은 큰 충격을 이기지 못해 자살 충동과 대인기피로 애를 먹기도 했다. 김씨는 "주위 사람들과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고 일부로 사건을 만들어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떨어져 혼자 살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2년 넘게 치료를 하고 있지만 나빠진 몸 상태로 일을 못하고 있고 겨우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근간히 살아가고 있는 상태다.

"주위의 HIV감염자 중에는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좀 더 따뜻한 사회적 시선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전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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