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설치·영상미술 작가"

입력 2009-03-26 06:00:00

'Ver.1 조용호 ECHO전'-대구 봉산문화회관 '아트 스페이스\

▲대구 봉산문화회관
▲대구 봉산문화회관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Ver.1 조용호 ECHO전'

대구시 봉산문화회관 2층에 올라가면 '아트 스페이스'라는 공간이 있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공간. 이곳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관계자들은 투명한 유리벽은 언제든, 누구든 들여다볼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장점을 지녔음에 주목했다. '박제'된 예술품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설치·영상미술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아트 스페이스를 빛내줄 수 있는 작가를 전국에서 공모했고, 올해 '유리상자' 속에서 지역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작가 7명을 선정했다.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릴레이 전시를 펼칠 작가들을 '2009 유리상자-아트스타'라고 칭했고, 바로 지금 그곳에서 'Ver. 1 조용호의 ECHO 전'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계명대에서 회화와 사진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조용호(30)는 관객의 참여와 교류, 즉 메아리가 돌아오는 전시(실제로는 퍼포먼스)로 만들고 싶다는 의미에서 'ECHO'(메아리)로 정했다. 작가가 제공한 씨앗을 관객이 선택해서, 구조물 속에 담긴 물 티슈 위에서 싹을 틔우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흰색 바닥에는 녹색 이끼가 가득하고 그 사이에 'ECHO'라는 문자 하나하나의 모양을 딴 씨앗용 선반이 8개 있다. 그리고 선반 위에는 포스터 물감통 크기의 플라스틱 용기가 가득 있고, 그 안에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티슈가 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방명록에 주소를 적고, 원하는 씨앗을 관객의 이름 스티커를 붙인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된다. 유리상자로 스며드는 따뜻한 봄볕 속에 무순이 자라면 나중에 작가가 관객들 집집마다 보내준다. 선택의 결과로 우리의 시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자는 의도.

지난 19일 첫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고, 28일과 4월 4일, 11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조용호는 "같은 사물, 현상 등에도 다른 시각을 가짐으로써 그것들은 재생산된다"고 말했다. 무순이 잘 자라도록 음악도 틀어준다. 아트 스페이스 한 쪽에는 턴테이블과 낡은 LP레코드판이 보인다. 옛날 가요 음반도 보이고, 헤비메탈 밴드인 '본 조비' 음반도 보인다. 설마 무순이 잘 자라라고 본 조비 노래를 틀지는 않겠지. 내년 1월17일까지 이곳 아트 스페이스를 빛낼 작가들이(Ver. 2~7) 대기 중이다. 정종구 기획담당은 "전시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 일년 내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053)661-3081.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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