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에 이어 벚꽃이 연분홍 꽃잎을 부끄럽게 내밀던 날, 꽃샘추위로 쌀쌀해진 밤기운을 뚫고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보러갔다. 모 지역방송 개국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콘서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휘자 금난새씨가 지휘를 맡았고 남녀 성악가가 나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하이라이트를 들려주었다. 금난새씨는 다소 딱딱할 수도 있어 일반인들은 잘 접하기 힘든 오케스트라 연주를 아주 편안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연방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관람객들에게 그가 곡을 해설해주면 이윽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2시간 동안 이루어진 행복하고 안온한 콘서트였다. 연주가 끝나자 그는 관객들에게 앙코르곡을 준비했다고 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있기 전에 그가 선수(?)를 친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그에 대한 친근감으로 다가왔다.
앙코르곡 중 한 곡은 9년간 몸담은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 브라질로 떠나는 한 단원을 위해 연주됐고, 한 곡은 다른 오케스트라로 자리를 옮기는 또 다른 단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곡은 개국 50주년을 맞은 방송사를 위한 곡이었다. 앙코르곡 하나까지도 세심한 의미를 담아 챙기는 그의 탁월함에 감탄하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모든 단원들이 관람객의 박수를 받으며 떠날 때까지 자신도 무대의 중간에서 박수를 치며 단원들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완전히 단원들이 퇴장했을 때에야 비로소 인사를 하고 무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이날 콘서트는 아름다운 지휘자, 아니 아름다운 리더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멋진 공연이었다.
카리스마 내뿜는 지휘자도 좋은 연주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이날의 공연에서 단원들을 가족처럼 챙기고, 단원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며 박수를 보내고, 이후 마지막까지 자리를 정돈하는 그의 낮은 자세가 진정한 리더로서 지휘자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 감동이 더 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혼자 큰 소리를 내면 전체 화음이 깨지고, 어느 것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각 악기의 특성을 잘 살려서 멋진 화음을 내야 하는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듯이 우리 사회에도 그런 리더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못했다고 윽박지르기보다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직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리더, 직원들이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사랑하고 감싸주는 리더, 자신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임하고 그러면서도 모든 상황을 통찰하는 리더 말이다. 이날 콘서트는 '감동의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지휘자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리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봄날의 선물이었다.
권미강(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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