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엔 너무 힘든 재래시장…배려 아쉬워

입력 2009-03-25 10:00:04

▲ 재래시장을 찾은 서만우씨는 휠체어로 화장실 입구의 높은 턱을 넘지 못해 돌아서야 했다. 성일권기자
▲ 재래시장을 찾은 서만우씨는 휠체어로 화장실 입구의 높은 턱을 넘지 못해 돌아서야 했다. 성일권기자

장애인 A(40·척수장애 1급)씨는 23일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겪었다. 휠체어를 타고 장을 보러 나선 A씨는 화장실을 찾지 못해 30분간을 헤매다 그만 옷에다 실례를 했다. A씨는 "상인들에게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재래시장을 이용하자고 운동까지 벌이면서 정작 장애인용 화장실은 없다"고 불평했다.

대구시내 각 구·군들이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며 호소하고 있지만 장애인의 접근은 오히려 차단하고 있다. 대구시내 10여 곳의 재래시장을 둘러본 결과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는 곳이 태반인데다 좁은 출입구, 계단, 급경사 등 장애인의 이용을 막는 장애물투성이였다.

24일 오후 4시쯤 장애인 봉사단체인 곰두리봉사단과 찾은 대구 수성구 지산목련시장은 수성구청이 10억여원을 들여 지난 2월 아케이드 설치, 시설물 개·보수를 마쳐 현대식 재래시장으로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휠체어를 탄 서만우씨를 따라 화장실을 찾았다. 당장 시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입구가 좁아 겨우 차량 사이로 시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화장실은 시장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 화장실에 그나마 장애인 칸이 마련돼 있었지만 서씨는 화장실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20cm가량 되는 높은 턱을 휠체어로는 도저히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구 문의 폭도 70cm 정도밖에 안돼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려웠다.

수성구 만촌시장은 경사가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 혼자 도저히 오를 수 없을 정도였고, 아예 화장실이 없거나 2층에 위치한 곳도 있어 장애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달서구 월배시장 역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없었다. 9월까지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인 이곳은 이미 화장실 개·보수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상가 뒤쪽에 위치한 화장실은 안내 표지판이 없어 한참 헤매야했고 입구에는 공사를 위해 막아놓은 철제 패널과 자갈 더미가 쌓여있어 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었다. 달서구는 2007년부터 4곳의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끝냈고 올해 말까지 6곳을 재단장할 계획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계획된 곳은 3곳뿐이다. 남구도 등록된 16개 재래시장 중 장애인 화장실을 갖춘 곳은 2곳에 불과했다.

곰두리봉사단 김대휘 단장은 "대구시가 다음달부터 매월 1일을 '전통시장 시민 장보기 날'을 만들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고 지자체들도 현대화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재래시장 시설이 워낙 오래된 탓에 공간이 좁은데다 20년이 넘은 건물 화장실은 아무리 설계를 바꿔도 장애인용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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