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名品 한국야구

입력 2009-03-25 10: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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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蘇戰(독소전, 1941~1945)에서 소련이 초반의 궤멸적 패배를 딛고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독일을 압도한 무기생산력이었다. 개전 당시 소련군의 전투력은 형편없었다. 독일군 탱크 한 대를 잡는데 소련군 탱크 6, 7대가 소모됐다. 2차 대전 최강의 탱크로 평가받는 T-34,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71발들이 드럼탄창에 분당 900발의 연사속도를 지닌 ppsh-41(우리에게는 '따발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관단총 등 예외는 있지만 전체적인 무기 성능에서도 독일이 소련보다 앞섰다.

소련이 이 같은 전투력 격차를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무기 생산속도였다. 독일이 파괴된 탱크 한 대를 보충하는 사이 소련은 7대 이상을 생산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소련은 전투에서 소모된 무기를 보충하고도 남는 양을 전선으로 보낼 수 있었다.

런던 대학 리처드 오버리 교수의 집계에 따르면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전투력을 결정하는 항공기, 탱크, 포의 생산에서 소련은 독일에 한번도 뒤진 적이 없었다. 이 기간중 자주포를 포함한 독일의 탱크 생산량은 6만1천600대, 소련은 9만9천488대였다. 항공기는 소련이 13만7천271대, 독일은 10만3천339였다. 대포에서는 독일이 8만7천문을 생산하는데 그친 반면 소련은 그 5.6배나 되는 48만3천540문을 만들어냈다.('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소련은 이 같은 생산력 격차를 바탕으로 독일에게 소모전을 강요할 수 있었고, 성능에 집착한 독일은 이를 견뎌내지 못했다.

제2회 WBC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너무 잘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이번 WBC에서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그야말로 '명품'이었다. 마치 數(수)에서는 뒤지지만 성능에서는 우수한 독일 대전차포가 소련군 탱크를 잇따라 격파하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고교야구팀은 한국이 54개, 일본은 4천여개나 된다. 프로팀도 8개와 12개로 한국이 많이 뒤진다. 이 같은 격차를 그대로 둔채 선수 개인의 '명품' 경기력 만으로는 '위대한 도전'을 성취하기 어렵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야구의 뛰어난 경기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환경적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그 세부적 과제는 이미 제시되어 있다.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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