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향한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야구 강호들을 제치고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충분히 값졌다. 제1회 대회(2006년) 4강 진출과 베이징올림픽 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확은 세대 교체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투·타의 대들보인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이 빠져 전력이 약화됐다는 우려 속에 20대 초·중반의 국내 프로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젊은 한국팀'은 김인식 감독(한화)의 지략 아래 제 능력을 십분 발휘, 제1회 대회 때(4강)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들은 큰 무대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의 초호화 타선을 농락하는 등 4경기에 나서 2승,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한 윤석민(22·KIA), 타율 0.393을 기록하며 3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김현수(21·두산), 테이블 세터로 상대 배터리의 혼을 빼놓은 이용규(KIA·23) 등이 펄펄 날았다.
이승엽의 공백도 느낄 수 없었다. 베이징올림픽 때의 이대호(26·롯데)에 이어 이번에는 김태균(26·한화)이 홈런(3개)과 타점(11개) 1위에 오르며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탄탄한 3루 수비를 갖춘 거포 이범호(27·한화)에다 일본 킬러로 떠오른 봉중근(28·LG), 류현진(22·한화), 김광현(20·SK)의 좌완 투수 3인방 등을 더하면 앞날은 더욱 밝다.
하지만 빛나는 성과에 도취돼 이들을 키워낸 국내 야구의 현실을 간과하면 모래 위에 탑을 쌓은 격이 되기 마련이다. 국내 야구 인프라는 척박하기 그지없다. 프로 경기가 열리는 대구, 광주, 대전의 구장은 국제 대회 유치는커녕 입장료를 내고 보러 오라고 하기 낯뜨거울 정도로 낡았고 중·고교 야구는 물론 제대로 된 구장을 구하기 힘든 유소년 야구도 고사 위기다.
그럼에도 별다른 개선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개폐식 돔구장을 짓겠다며 2008년 말까지 민자를 유치하겠다던 대구시만 해도 새해가 밝은 지 석달이 지났지만 조용하다. 일반 구장이라도 새로 짓자는 말까지 나오지만 여전히 대구시는 언제 첫 삽을 뜰 지 알 수 없는 '돔'타령이다. 안산시가 다시 돔구장을 추진한다지만 그것 역시 '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힘을 모아 학원 야구와 리틀 야구 활성화에 노력해야 인적 자원도 는다.
비록 "위대한 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던 김인식 감독의 소망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국 야구는 충분히 잘 했고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남은 것은 '힘있고 빠르며 섬세한 데다 다양한 전술을 소화하는' 한국 야구의 힘을 이어가는 일이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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