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전문학교서 '제2인생' 길찾은 박재곤씨

입력 2009-03-25 06:00:00

▲ 실직과 개인파산이라는 고통과 아픔을 이겨 내고 측량 기능사로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박재곤씨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발전소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만경기술공사 제공
▲ 실직과 개인파산이라는 고통과 아픔을 이겨 내고 측량 기능사로 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박재곤씨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발전소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 사진 만경기술공사 제공

"실직과 개인파산이라는 고통과 아픔을 이겨 내고 얻어낸 값진 취업이기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행복을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대구직업전문학교에서 측량 훈련과정을 이수한 후 한 측량전문회사에 취업을 한 박재곤(37·대구 수성구 파동)씨는 요즘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박씨는 영진전문대학 2학년 재학 중 작은 규모의 한 건설회사에 취업해 근무하다 퇴사해 함께 일하던 회사 간부와 동업을 했으나 IMF 외환위기로 공사수주가 되지 않아 빚을 많이 졌다. 이후 빌딩관리와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영선업무를 담당하다 돈벌이가 안 돼 그만두고, 포장마차를 시작했으나 이마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빈털터리가 된 2002년부터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목수일을 하다 2007년 허리를 다쳤고, 디스크 수술을 하고 요양을 하느라 일을 못하게 됐다. 병원비와 보험료도 체납됐다. 일을 못하게 된 상태에서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스스로 개인파산 신청을 했고,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가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는 일. 지난해 3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아 갔다가 한 직원으로부터 "실직자들을 위한 측량 훈련 과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차피 일을 해야 되겠고, 허리가 아파 힘든 일은 하기 힘든데 측량이라도 배워 취직을 해 돈을 벌어야 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는 대구직업전문학교 측량 과정에 지원을 했다.

그동안 소규모 건설회사와 막노동 현장에서 측량을 하는 것을 곁에서 많이 보아 왔지만 직접 측량기술을 배워 보기는 처음이었다. 20대 청소년에서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오랜 만에 책상에 앉아 그것도 디스크 수술을 한 지 얼마 안 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하루 6시간의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교육을 받았다.

교육훈련을 받는 동안 실업급여와 훈련수당(월 11만원)에다 측량은 우선선정직종훈련 대상으로 매월 31만원의 수당을 더 받았다. 교육비 전액은 정부지원으로 본인 부담이 없었고, 교재도 무상 지원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이 많았다.

박씨를 지도했던 대구직업전문학교 서명준(31) 교사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실업 상태에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얼굴 표정이 어두웠지만 박씨는 오히려 밝고 긍정적이었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취업을 하고 싶어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배워 측량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초 애타게 갈구했던 취업에 성공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립 공사장 측량을 수주한 측량전문회사였다. "그동안 아내(30)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너무나 많은 걱정을 끼쳤는데 오랜만에 내 일을 갖게 돼 하늘을 날 듯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오전 6시 30분 출근해 오후 6시까지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측량기기를 들고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다닌다. 비산 먼지와 공해 속에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온몸이 먼지투성이고 목도 칼칼하다. 아내와 떨어져 2주일에 한 번 대구 집에 가는 불편도 있지만 일하는 행복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보람차다.

그는 회사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최근에 대리로 승진도 했다. 월급도 13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랐다. 일을 마친 후에는 측량 관련 2급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이다.

그는 실직을 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당부를 한다. "막노동을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리고 측량도 엔지니어라는 인식을 갖고 열심히 배우면 정부의 4대 강 정비사업 등에 힘입어 취업하기가 매우 쉽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구직업전문학교 측량과정 수료생들에 대한 취업의뢰들이 줄 서 있다.

"내 인생에 있어 요즘처럼 신나게 열정적으로 일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실직과 개인파산이라는 고통과 아픔을 이겨 내고 얻어낸 값진 취업이지 않습니까?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해 꼭 재기한 모습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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