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자연환경-조류③

입력 2009-03-24 08:46:55

▲ 지난 2월 잔설이 남은 동도 바위 위에 앉은 천연기념물 323호 매.
▲ 지난 2월 잔설이 남은 동도 바위 위에 앉은 천연기념물 323호 매.
▲ 서도 어업인숙소 근처에 내려앉은 천연기념물 215호 흑비둘기.
▲ 서도 어업인숙소 근처에 내려앉은 천연기념물 215호 흑비둘기.
▲ 동도 접안장 옆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마우지.
▲ 동도 접안장 옆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마우지.
▲ 불빛에 모여든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야간에 어업인숙소 근처로 날아든 바다제비.
▲ 불빛에 모여든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야간에 어업인숙소 근처로 날아든 바다제비.

독도에서는 사람보다 새들과 이야기할 때가 많다. 사람보다 새들을 만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집 근처를 맴돌며 먹을 것을 조르는 갈매기에게 '군입거리'를 줘서 보내야 하고, 서도 정상을 오르면 자기영역을 침범한다고 쫄 듯이 위협 비행하는 놈들을 쫓아야 한다.

독도에서는 갈매기뿐만 아니라 매, 흑비둘기 등의 천연기념물과 황조롱이, 슴새, 바다제비, 가마우지, 황로, 후투티, 흰뺨오리와 같이 요즘 뭍에서 잘 볼 수 없는 새들과 콩새, 도요새, 제비, 딱새, 굴뚝새, 비둘기, 참새 등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독도에 눌러앉아 사는 텃새이고 더러는 철따라 거쳐 가는 나그네새이다. 이들은 같은 먹이를 두고 다투기도 하고 서로 다른 먹이를 먹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 좁은 섬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새가 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파도 치는 바다에서 바람을 타기 알맞도록 날개의 폭이 좁고 긴 슴새. 그들은 갈매기들과 같이 때로는 갈매기보다 더 먼 바다를 날아 먹이를 구하고 일몰의 섬으로 작은 무리를 지어 돌아온다. 그들 슴새의 귀환은 한순간 독도 앞바다를 아릿한 우수(憂愁)의 풍광으로 채색한다.

많은 사람들은 바다제비 때문에 독도를 찾는다. 바다제비집이 고급 요리재료로 쓰이기 때문인지 희귀새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류학자나 방송 관계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주로 밤 동안에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가마우지는 조물주의 특별한 은총을 입은 새이다. 가마우지는 몸길이가 80㎝가 넘는 큰 새이면서 멀리 날 수 있도록 충분히 튼튼한 날개 근육을 가졌다. 가마우지는 가장 노련한 '어부새'이다. 큰 덩치의 가마우지는 청둥오리나 큰고니·뿔논병아리보다 더 깊이, 새들 가운데 가장 깊이 잠수하여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물속과 하늘을 통틀어 가장 넓고 깊은 활동영역을 가진 짐승이 곧 가마우지인 것이다. 독도에는 가마우지와 쇠가마우지가 수면 위를 무리지어 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김바위나 미역바위 위에도 늘 네댓 마리가 무리지어 앉아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도대체 저 많은 개체의 둥지가 어디일까' 늘 궁금했는데 동도 독립문 바위 옆에서 80여마리가 무리생활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맞바람이 들이치는 절벽을 둥지랍시고 나란히 걸터앉은 가마우지들의 속내는 끝내 풀어낼 길이 없다.

매나 황조롱이는 독도의 포식자들이다. 지난가을 서도에 매 네마리, 동도에서 황조롱이 두마리가 터줏대감 노릇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포식자는 딱새나 콩새 지빠귀 따위를 사정없이 낚아채 배를 채웠다. 특히 성조(成鳥) 유조(幼鳥) 각각 한쌍으로 추정되는 서도의 매 네마리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을 먹어치웠다.

서도 정상을 오르기까지 최소한 뜯어먹힌 새들의 주검을 최소한 6, 7마리는 만나야 했다. 한번은 선가장에 섰는데 죽은 방울새 한마리가 발끝에 툭 떨어졌다.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니 어미 매 한마리가 방울새를 잡아 떨어뜨려 새끼매가 잡도록 훈련시키는 중이었다.

서도 물골 쪽 고개를 넘으면 몇 그루 있는 나무 사이에서 식물의 씨나 곤충을 먹고사는, 비교적 먹이사슬이 하위계층인 작은 새들이 노래하고 있다. 그들은 섬개개비, 바다직박구리, 되새 따위들이다. 봄볕이 들고는 제비도 보이고, 화려한 외모에 왕관이 현란한 후투티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특별히 위장막으로 가리지 않아도 두어 시간 주위에 앉아서 같이 놀아주면 바위나 마른 풀 대궁이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멋진 포즈를 취해준다.

이 귀여운 새들을 포식자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엄연한 자연의 질서를 간섭할 수도 없다. 단지 그들을 지켜보고, 새들 또한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법을 터득할 뿐이다. 그렇게 새와 사람이 함께하는 것이다. 독도의 새들은 우리말을 잘 알아듣는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