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원·달러 환율

입력 2009-03-24 06:00:00

며칠 전까지 1달러당 1500원대의 환율은 연일 뉴스거리였다. 지금은 조금 안정을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오른 이유를 살펴보자.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는데 이는 경상수지 적자 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회사들은 금융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전 세계에 투자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어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간 것이다.

'환율이 올랐을 때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이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나쁜 점만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예를 들면 원자재 수입 가격이 비싸져서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게 되고, 해외여행 때 지출비용이 많이 증가하며, 유학생 학비 부담이 커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공부를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등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 악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수출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에서 가격이 200만원인 LCD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보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면 이 자동차의 가격은 달러로는 2천달러가 된다. 그런데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1천666달러로 내려간다. 같은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팔 수 있게 되니 판매를 늘릴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이 비교적 높은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환율 상승이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환율변동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J커브 효과'라고 부른다. 환율이 올라간 직후에는 국제수지 흑자가 오히려 줄어들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늘기 시작하는 현상을 곡선으로 표시하면 알파벳 J자 형태이므로 'J커브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첫 번째 이유는 우선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입 가격 변화는 즉시 일어나지만 이에 따른 수출이나 수입 물량의 변화는 시간차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상승하더라도 처음에는 이미 체결한 계약에 따라 수출입이 진행되므로 수량변화가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을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환율전가 효과가 불완전한 경우이다. 환율 변화가 수입품의 국내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5% 올라도 실제로 수입되는 화장품의 국내가격이 5% 오르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어 이윤의 압박을 느낄 때에야 수입품의 국내가격이 환율이 상승한 만큼 5%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환율급등을 얘기할 때 'J커브 효과'와 구분되는 '히스테리시스(hysteresis) 효과'도 있다. 히스테리시스란 원래 공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30도 돌렸다가 다시 왼쪽으로 30도 돌렸을 때 바퀴는 정면을 똑바로 향하지 않는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핸들을 30도보다 좀 더 왼쪽으로 돌려야 비로소 바퀴가 원래대로 앞을 향하게 된다. 경제학에서 히스테리시스 효과를 설명하면, 환율변화로 수입품 가격이 매우 큰 폭으로 내렸을 경우 이 변화를 일정기간 경험한 소비자들은 환율이 급등해서 수입품 가격이 올라도 수입 수요가 교과서식으로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율과 무역수지 간에 히스테리시스가 존재하는 것은 외국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력(履歷)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히 효스테리시스과를 최대한 내도록 해야 할 때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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