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물 스트레스

입력 2009-03-23 10:47:41

1995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 심포지엄에서 샌드러 포스텔 세계물정책연구소장은 "20세기의 국제 간 분쟁 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물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블랙 골드'(원유)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이제는 '블루 골드'(물)를 더 많이 확보하려는 치열한 다툼으로 자리바꿈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의 전망대로 물은 더 이상 쉽게 가질 수 있는 자원이 아닌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자원이 된 것이다.

자원의 편중과 결핍은 처음에는 서로 주고받는 거래를 만들어내지만 나눌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경우 분쟁으로 바뀌는 게 인간의 역사였다. 이러한 분쟁 가운데 물을 둘러싼 이웃 간, 지역 간, 국가 간 분쟁만큼 그 뿌리가 깊고 광범위한 것은 드물다. 현재 물을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분쟁이 일고 있는 강이 214개에 이른다고 한다.

'물 전쟁'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물 부족은 정치까지 움직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고대에는 治水(치수)가 정치의 요체였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물과 정치의 상관관계가 옅어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물은 더 이상 정치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자원이 아니다. 시바는 "심지어 선진국들의 수자원 확보 경쟁이 물을 둘러싼 종교와 인종 갈등으로 교묘히 포장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인간의 물에 대한 스트레스와 공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세력마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천245㎜였다. 세계 평균의 1.4배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다. 2011년에 연간 2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6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물을 전략화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물 기근 국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 필요한 대책 중 하나다.

그러나 일각에서 대운하와 연결시키면서 정치적인 편견을 덧씌우고 있다. 생존이 걸린 물 부족 문제를 편협한 시각에 가둬두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22일은 제17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에 대한 새 패러다임을 생각하게 하는 시점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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