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전쟁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수도권 등에 자체 운영 주유소를 냈던 대형소매점들이 대구경북지역에도 주유소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역내 중소 주유소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를 무너뜨렸던 대형소매점들이 중소 주유소들까지 초토화시킬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운전자들을 위해 싸게 팔겠다는데 무슨 잘못이냐."(대형소매점 측), "중소 자영업자를 다 죽인다."(주유소협회)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허가권을 쥔 행정기관의 판단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말 싸게 팔겠습니다"
롯데마트는 전국 롯데마트 가운데 처음으로 구미점 옆 야외주차장 한쪽에 '롯데마트 주유소'를 연다. 개점은 다음달 말쯤 이뤄진다.
인근에 있는 신세계의 이마트 구미점도 점포 인근에 '이마트 주유소'를 곧 낼 방침이다. 이르면 상반기안에 개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대구시내에도 곧 '이마트 주유소'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월배점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포항에서도 조만간 착공, 늦어도 하반기내에 이마트 주유소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세계는 경기도 용인 구성점과 경남 통영점에서 이마트 주유소를 운영해본 결과, 폭발적인 수요가 일어났다고 보고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이마트 주유소를 전국으로 확대중이다.
대형소매점들의 주유소는 주변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가까이 싸게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소매점들은 너무 싸게 공급해 거의 남는 것이 없지만 집객 효과가 커지는만큼 장기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으로 분석중이다. 실제로 이마트 주유소가 처음으로 들어온 경기도 구성점과 경남 통영점은 주유소 운영 효과로 매장 고객이 8.4%가량 증가했으며 주유소의 하루 평균 매출 역시 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지만 이마트·롯데마트가 주유소를 늘려갈 경우,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당할 수 없다"
역내 중소 주유소 업주들은 대형소매점 주유소가 들어오면 현재 주유소의 30% 가량이 문을 닫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형소매점 주유소가 들어온 지점 반경 3km안의 주유소들은 초토화, 폐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ℓ당 100원 가까이 싸게 파는 대형소매점 주유소와 일반 주유소와의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를 역내 중소 주유소 관계자들은 내고 있다. 기름 한번 넣는데 몇천원이 절약된다면 누구나 대형소매점 주유소에 간다는 것.
주유소협회 대구시지부 도명화 사무국장은 "구멍가게가 어떻게 대형소매점과 싸워 이길 수 있나? 프랑스 대형소매점 까르푸도 주유소를 내면서 중소 주유소들이 폐점 사태를 겪었다. 대형소매점 주유소가 지역에 잇따라 들어온다면 역내 중소 주유소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도 대형소매점의 주유소 설치 사례가 있었지만 그 숫자를 엄격히 제한해 중소업자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준 바 있다. 대형소매점들이 판매시설용도로 들어와 주유시설용도까지 허락받는다면 이는 명맥한 특혜이며 행정기관이 이를 절대 허가할 수 없도록 대처해나갈 방침"이라고 강력한 반대입장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남 순천시는 이달 이마트 순천점의 주유소 설치를 불허했다. 순천시는 외부적으로 "차량정체 등의 주변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지역 주유소 업계의 타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대형소매점들은 민원에도 불구, 주유소를 계속 내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이마트 한 관계자는 "대형소매점 주유소는 판촉물을 돌리지 않고 셀프 방식 등으로 운영, 경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싼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명백한 이익을 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업의 확대를 철회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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