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볕이 내리쬐고 있는 베란다 문을 연다. 난꽃 내음이 은은하다. 베란다에 즐비한 화초들 중 봄이 오면 꼭 분갈이를 하리라, 생각한 채송화에 눈길이 꽂힌다.
이 채송화는 일본에서 불법(?)으로 캐온 것이다. 3년 전, 둘째 딸이 결혼해서 일본에 정착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외롭지는 않을지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러던 중 재작년에 큰딸 가족들과 함께 둘째딸이 살고 있는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 겸 다니러 갔었다.
딸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씩씩하게 잘 살고 있었다. 딸이 살고 있는 동네를 산책하던 중 이 채송화를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크기가 작은 채송화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것은 꽃 모양은 똑같은데 채송화의 크기가 꽤 컸다. 활짝 펴 있는 꽃을 보니 너무나 예뻤다. 꼭 일본에서 잘 정착해 살고 있는 딸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무작정 한 뿌리를 캐왔다. 신문지에 곱게 싸서 가방 깊숙이 넣어두었다. 통관 때 걸리지나 않을까 무척이나 조마조마했다. 목화씨를 숨겨 들어온 문익점의 심정이 이해가 갈 만큼. 다행히 별 문제 없이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나는 그 채송화를 화분에 심어두고 꽃이 피고 지는 것을 감상하고 있다. 지금은 작던 포기가 꽤 커져서 화분이 버거워 보인다. 그래서 올 봄에는 분갈이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이제 완연한 봄이 왔으니 실행에 옮길 때다. 멀리 사는 딸을 보는 듯 고이고이 키워보리라.
김숙자(대구 수성구 지산동)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