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마을이 온통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홍매화와 설매화가 눈이 부실 만큼 내 마음을 황홀케 하고 떨어지는 꽃잎은 눈꽃이 되어 눈이 다 부신다.
주말 일찍이 시골로 내려와 1년 내내 삭혀 둔 거름을 경운기 한가득 싣고는 목 깊은 장화를 신고 부모님이 깨실까 얼른 해맞이를 했다. 포도밭과 5년 전부터 매실을 수확하는 작은 마실에는 부지런한 어르신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친환경 농법이다 보니 화학비료보다는 소, 돼지, 닭들의 배설물과 흙, 퇴비, 톱밥, 채소, 과일 썩은 것, 음식, 한약재 찌꺼기를 골고루 배합해서 1년을 묵혀 두었다가 이렇게 과수 나무에 두엄으로 사용하면 매년 매실 알과 포도 알이 굵고 달다. 온갖 병충해도 막고,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법으로 소문나서 이제는 우수 과일 재배로 전국 으뜸인 셈이다.
금방 퍼부은 삽질에는 지렁이와 개똥벌레들이 오물거리고 오랜만에 고향의 구수한(?) 내음이 마을을 삼킨다. 한 경운기 다 쏟아 붓고, 잠시 쉴 때쯤 벌들은 벌써 꽃망울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해가 중천에 올라 뱃가죽이 허전할 때쯤 늦은 아침을 꿀맛으로 느끼고 아내와 아이들을 앞세우고, 진짜 꽃놀이에 취해 보았다. 내 고향은 지금 꽃물로 뒤덮이고, 사랑이 여물고, 마당 한가득 간장 독, 된장, 고추장 독에는 정성이 삭아 가고, 올 6월쯤 씨알이 굵은 매실을 딸 때쯤, 아마도 오늘 내가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말해 줄 것이다.
아! 오늘 같은 이 봄날, 우리 식구는 봄나들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석태(대구 달서구 송현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