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들이 떠나가고 드라마에 여성들, 그것도 아줌마들이 대거 몰려온다.
시트콤, 월화드라마, 주말드라마 할 것 없이 30대 이상의 여성 연기자들이 주연을 꿰찬 것. 새로 선보인 드라마들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에덴의 동쪽' 등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두 아이의 엄마 김남주와 유호정, 서른넷의 한고은, 요즘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줌마 박미선'최은경 등 30대 이상 여성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펼쳐나갈 유쾌한 연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MBC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는 박미선 정선경 김희정 홍지민 최은경 등 아줌마 5인방을 내세워 내리막길을 걷는 시트콤 시청률의 상승곡선을 끌어내고 있다. 시트콤은 이들 아줌마 연기자들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줌마들의 고민, 남편과의 갈등 등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코믹한 캐릭터를 이미 '순풍산부인과'에서 선보였던 박미선을 비롯해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잊게 만드는 유쾌한 터치로 서민들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16일 첫선을 보인 MBC 새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은 김남주를 통해 한 주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신데렐라를 꿈꾸며 서울대 의대 출신의 남자와 결혼하지만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으로 인해 꿈이 산산조각난 주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관계자는 "연봉 한 푼 안 받고 열심히 일하는 주부들에게 내조를 전면에 내세운 성공 스토리는 대리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극중에서 남편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인 줄만 알았던 여자는 이제 자신을 위한 내조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여자가 홀로서기를 통해 화려한 성공을 거둔다는 설정이 지친 주부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BS 새 주말연속극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주인공 역시 개성이 뚜렷한 네 자매. 드라마는 그 속에서 펼쳐지는 우여곡절을 가볍게 그려나가고 있다. 작가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불만인 첫째(지수원), 남부러울 것 없는 의사부부지만 늘 말썽만 피우는 남편이 문제인 둘째(유호정), 결혼은 싫지만 아이를 낳고 싶어 스스로 싱글맘이 된 셋째(한고은), 성격은 좋지만 남들보다 못한 외모로 고민하는 넷째(손화령)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쾌한 분위기의 드라마이지만 그 속에 정자 기증, 싱글 맘, 외모 지상주의 등의 사회문제도 녹아있다.
MBC '잘했군 잘했어'도 이제 30대에 진입한 채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채림은 드라마에서 옛 남자친구의 아이를 몰래 낳고 엄마 호적에 올려 동생으로 둔 채 살아가는 이강주 역을 맡았다.
다음 달 방송 예정인 KBS2 새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도 30대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4형제의 이야기를 그려낸 이 드라마에는 1976년생 동갑내기 박선영과 유선이 가세해 30대 여성파워를 과시한다.
지난해 톱스타들을 기용했다가 시청률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드라마들이 몇몇 있다. 방송사들은 제작비가 축소된데다 '톱스타=시청률'이란 등식이 깨진 상황에서 연기력과 대중적 인지도, 미모를 갖춘 30, 40대 여성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불황을 이기는 아줌마들의 힘과 유쾌함이 전파를 타고 곳곳에 전해지기를 바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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