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워낭소리'와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우리 삶에 잔잔한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라는 소리에 밀려 숨소리도 못 내고 지금의 어려움을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두 작품은 분명 팍팍한 마음을 편히 풀어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워낭소리'에서는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사는 노인과 소 사이의 사람보다 더 진한 우정을 느끼게 했으며,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해줬다. '워낭소리'는 다큐 영화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고, 입소문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자 예술 극장이 아닌 일반 영화관에서까지 다투어 상영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이라는 이미 검증된 작가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으로 이미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들을 보면서 참 많이 슬펐다. 주인공 세대에 대한 처연함 때문이었다. 부모님 세대들은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격동기에서 봉건적인 사고와 사상의 자유가 통용되던 민주주의의 물결이 개인의 삶을 혼란스럽게 하던 시절에 태어났고 자랐다. 좀 더 이른 분들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독립 후에는 좌·우의 대결이라는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며 6·25전쟁이라는 민족 비극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후에도 끊임없는 사회적 분쟁은 일어났고 혼란 속에서도 어쩌면 근대 산업화의 주역으로 또는 민주 사회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했으리라.
여전히 봉건적인 사고 속에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집안의 제사와 크고 작은 행사와 자식들의 안녕을 위해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강도 높은 삶을 살았으며 시댁 식구와의 갈등까지 이겨내야 했다. 우리 아버지들은 사방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에서 상사에게 굴욕당하고 똑똑한 후배들의 진출에 마음을 졸여야 했거나 가족을 위해 생활 전선의 맨 앞에 서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했으리라. 개인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조상과 부모님께 예를 다 갖춰야 했던 세대, 하지만 자식들에게는 감히 제사상 하나 받기도 어려워 보이는 세대, 자식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으면서도 부모로서 권리를 받기가 힘든 세대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두 작품 속에 나오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대한 회한으로 목이 아파왔다.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에 홀로 계신 내 어머니의 안부를 자주 묻지 못한 죄송함과, 고생만 하시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새삼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지나치게 바빠서 냉정하고 메마르기까지 한 이 시대, 그나마 부모님 세대의 아픔을 알게 해준 이 두 작품에 감사할 따름이다.
권미강(구미시청 홍보담당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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