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영포목우회)가 역설의 늪에 빠졌다. 포항·영일 출신 중앙 부처 5급 이상 공무원들의 모임을 말하는 영포회는 정권이 바뀌면서 대통령의 고향 인사들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송년회 파문 이후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 "동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예산안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해 말 영포회 송년회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 포항은 예산 편성에서 정권 덕을 많이 봤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올해 본예산에 포항 지역 SOC예산으로 전년 대비 95% 늘렸다.
그러나 영포회 송년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렇게 물 좋은 때 고향 발전을 못 시키면 죄인이 된다. 속된 말로 동해안에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이 떨어지고 있다." 등 영포회 인사들의 '자화자찬' 발언들이 외부로 새어나오면서 당장 지난해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부터 '형님 예산' 논란에 빠졌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너무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졌고 다음달 추경예산안 편성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요 인사에서도 포항 인맥이 손해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포항 경계령'이 내려졌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 일부 인사들이 이권을 챙기거나 사칭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영포회 지난해 송년회는 이런 악조건에 불을 붙였다. 포항 인맥들이 정부 주요 부처를 장악한다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청와대 인사 핵심 관계자는 "포항이라면 부담부터 생긴다"며 "포항이 고향이라 갈 자리에 못 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영포회의 돌출은 경주, 영덕 등 지역에서도 '잘난 포항 때문에 옆 동네까지 피해를 본다'는 시샘 섞인 '욕(?)'을 듣고 있다.
그 때문에 영포회 내부에서도 '오해받을 행동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시 승격 60주년 기념 출향인의 밤'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박승호 포항시장 등 포항 출신 주요 인사들과 김관용 경북지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말을 아꼈다. 축사에 나선 주요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고 "고향 포항을 잊지 말자." "포항민의 힘을 믿는다." 등 애매모호한 애향 발언 일색이었다. 강 의원은 "이상득 의원이 말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이 나온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포항 시샘에 너무 움츠러들지말고 고향에 빛이 오는 방향으로 도와 달라"고 했다.
이석수 전 경북부지사도 "그를 위하여!"라고 애매하게 건배 제의했다. 포항이 지역구인 이상득 의원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불참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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