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으로 키우기…유치원부터 다문화 교육

입력 2009-03-18 09:09:28

▲ 다문화강사인 요시다씨가 유아들에게 일본과 한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다문화강사인 요시다씨가 유아들에게 일본과 한국 문화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일본은 어떤 나라죠?" "나쁜 놈이요!"

다문화강사인 요시다 미유키(42·여)씨의 얼굴에 당황스런 빛이 스쳤다. 여섯살 어린이 20여명의 눈빛이 일제히 요시다씨를 향했다. "일본은 나쁜 놈이 아니에요. 저는 친구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1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개미유치원. 유아들에게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키워주는 다문화 교육이 한창이었다. "하지메 마시테(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요시다라고 해요." 유카타(기모노의 일종)를 입은 요시다씨가 종이비행기를 든 채 아이들에게 세계지도를 펴 보였다.

"저는 일본에서 히코키(비행기)를 타고 3시간 동안 날아서 한국에 왔어요. 일본은 어디에 있나요?" 아이들의 고사리 손이 일본을 향했다. 요시다씨가 다시 꺼내든 건 한복과 기모노 사진. "한복과 기모노는 뭐가 다를까요? 치마 모양이나 색깔이 다르죠? 걸음걸이도 힘들고 뛰어서도 안 돼요." 요시다씨가 아이들 앞에서 종종걸음을 해보였다.

요시다씨는 이날 20분씩 6개반을 돌며 수업을 진행했다. 앞으로 5주간 매주 한번씩 유치원을 찾을 예정이다. 요시다씨는 "앞으로 돈가스, 우동 등 친숙한 일본 음식에 대해서도 알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아 다문화 이해 교육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결혼 이주자들이 유아들에게 고국의 문화와 언어, 전통음식, 놀이 등을 가르치는 다문화 교육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유아 다문화 이해 교육은 현재 15개 유치원으로 확대될 만큼 인기몰이 중이다.

개미유치원 박정희 원장은 "흑인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다"며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의상과 국기, 문화 등을 보며 아이들이 생소함을 털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교육은 외국인과 직접 만나며 편견과 고정관념을 해소하고 친숙함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 유아들이 갖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우려할 수준이다. 특히 요즘은 일본, 중국 등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유아교육 관계자들은 이야기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멜라민 파동이 일었을 때는 유아들이 '중국은 음식에 이상한 걸 넣느냐'며 앞다퉈 묻는 바람에 중국인 강사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은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세계다문화교육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우즈베키스탄·페루·중국·일본·베트남·필리핀 등 8개국 출신 12명의 강사들이 활동 중이다. 교육원은 다문화체험강사를 양성할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파견하고 강사료까지 지급한다. 5주 프로그램으로 10개월간 진행되기 때문에 연간 8개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다문화교육원 이상묵 대표는 "교과 과정 속에 다문화 교육이 포함될 만큼 결혼 이주 여성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어린이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시야를 세계로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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