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연안에 '바다사자'가 살고, 그 한 종류에 '강치'라는 게 있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묘기를 부리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 강치라는 설명도 보인다. 이국적 존재로 느껴지기 십상인 생물인 셈이다.
하지만 기실 이 강치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독도 주변에 몇만 마리씩 무리 지어 살던 우리 바다 동물이라고 했다. 다만 20세기 들면서 일본인들이 남획해 껍질은 가죽으로, 피하지방은 기름으로, 새끼는 서커스용으로 팔아 씨를 말렸을 뿐이라는 얘기다.
한 자료에 따르면 특히 악랄한 멸종범은 일본 시마네현의 나카이 요사부로(中井養三郞)였다. 1903년 강치 잡이로 재미를 본 그는 아예 독도 어업권을 통째 삼키려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일본 해군성의 부추김을 받고는 '독도에 주인이 없으니' 일본에 부속시킨 후 자신에게 대부해 달라는 청원서를 1904년 9월 29일 그 나라에 냈다. 일본은 그걸 근거로 독도를 불법 강탈했으며, 어업권을 손에 넣은 나카이는 1905년부터 8년간 독도강치를 무려 1만4천 마리나 잡았다. 1905년 한 해에만 2천750마리를 도살했고 3천200마리나 잡은 해도 있었다.
이 설명이 맞는다면 강치는 우리 독도의 한을 상징하는 동물이고, 일본의 독도 침탈은 강치를 노린 한 개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셈이다. 1975년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강치를 복원해 독도 주권의 상징으로 삼자는 주장이 대두한 연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주장은 시중의 설왕설래를 넘어 우리 정부의 실제 사업으로 채택되기까지 했으니, 경북도청과 대구은행(독도기금)이 2007년 강치 복원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그 시발이었지 않나 싶다. 2008년 1월에는 경북도청이 독도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강치 복원 연구 계획을 세웠고, 7월엔 국토해양부 또한 독도이용 시행계획을 만들면서 강치 복원 계획을 공개 천명했다.
그러던 강치가 지난달부터 독도 바다에 다시 무리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어 해 전부터 한두 마리씩 간간이 모습을 나타내더니 이젠 어부들과 고기 잡이를 다툴 정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우리 애국심의 애타는 부름에 부응한 것인지, 말만 무성할 뿐 언제 실행될지 기약할 수 없는 이 나라 사람들의 복원 노력이 못 미더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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