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남대 재단 이사장 복귀 '뜨거운 감자'

입력 2009-03-17 10:01:46

▲ 16일 영남대 캠퍼스 곳곳에 재단 정상화와 관련한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16일 영남대 캠퍼스 곳곳에 재단 정상화와 관련한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의 영남대 재단 복귀는 학원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학내 반발이 만만찮아 박 전 대표의 복귀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대표의 행보는?=지난해 영남대 재단정상화가 속도를 올리기 전만 해도 박 전 대표는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월 대구를 방문한 박 전 대표는 "대학이 안정을 찾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재단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재단정상화 방향 결정은 대학 구성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 재단정상화를 거론하는 자체를 경계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영남대 정상화 추진위의 노석균 교수 등을 만난 자리에서는 "대학발전이 지역발전이라는 흐름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영남대에서 결정해 주면 깊이 생각해보겠다"며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27일 정상화 추진위가 재단참여를 공식 요청하자 12월 10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올 1월 6일 대학 임시이사회가 "재단이사직 복귀여부와 재단이사 4명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같은 달 20일 4명의 이사를 추천함으로써 사실상 영남대재단 운영에 복귀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추전한 인물은 대한변협의 의견을 물어 추천한 우의형(60) 변호사와 박 전 대표와 인연이 깊은 강신욱(64) 전 대법관, 박재갑(60) 서울대 의대교수, 신성철(56)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나 재단이사장 등으로의 복귀도 시간문제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사실상 영남대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차기대권행보에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차기대권을 겨냥,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직접 참여가 아닌 대리인을 내세운 '섭정'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측근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만큼 재단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언제든 완전복귀가 가능하다.

학내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의 복귀시점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법정대학 한 교수는 "재단이사장이나 이사 결정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달려 있는 만큼 현재의 이사진 구성이 교과부의 승인이 나면 전체 7명의 이사중 4명이 박 전 대표가 추천한 인사로 채워진다"며 "아울러 부침이 심한 정치의 속성상 박 전 대표의 복귀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측 교수도 "박 전 대표가 어느 시점에 재단 이사장이나 이사로 복귀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실제 박 전 대표도 지난달 3일 영남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영남대 발전을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영남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재단복귀 반대움직임과 관련해 "(이사진 구성 등이) 이미 끝난 일"이라며 일축했다.

◆반발도 적잖아=그러나 박 전 대표의 복귀 반대 움직임도 만만찮아 재단정상화를 위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학내에서는 "박 전 대표 복귀를 전제로 한 재단정상화에 기본적인 원칙과 법적절차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리 책임자가 다시 재단운영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고 총회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고 결정한 재단정상화 방안은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재단정상화 추진위원회가 지난해 5월, 10월 두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해 여론을 수렴한 과정도 모두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태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순 여론조사를 (투표) 결과로 해석한 것 자체가 사기 또는 속임수에 해당한다"며 "총회 한번 열지 않고 여론조사를 근거로 박 전 대표의 귀환을 정당화하는 것은 박 전 대표에게도 큰 정치적 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홍 법학과 교수는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규정에도 재산을 출연한 대구대와 청구대학의 최초 설립자의 뜻을 먼저 살피도록 돼 있는데 여론조사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복귀여부에 대해서만 물은 것은 법적 하자가 있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법대 4학년 학생은 "박 전 대표가 재단운영에 참여하면 대학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너무 막연한 생각"이라며 "오히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영남대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는 80년 4월부터 11월까지 영남학원 이사장을 지낸 뒤 88년 11월 학내 민주화 운동과 부정입학사건 등으로 옛 재단이 물러날 때까지 이사직을 역임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 재단 정상화란? :사립대학이 재단 비리나 학내 분규 등으로 파행적인 운영이 지속되면 교육과학기술부는 한시적으로 학교 운영을 맡는 관선 이사를 파견한다. 사립대학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정식 이사진 구성을 허가하면 재단정상화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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