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1시쯤 대구 달서구 모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 자정을 막 넘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방마다 짝지어 앉아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접대부들이 목격됐다.
룸살롱 등 다른 유흥주점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경찰관이 필리핀 여성들에게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느냐"고 묻자 "우리는 예술흥행비자(E-6)를 받아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예술흥행비자는 노래와 춤 등 공연 업종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가한 비자다. 그러나 이들 여성은 사실상 접대부로 일하고 있었다. 당연히 불법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주점에는 대구의 한 연예기획사를 통해 12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취업하고 있었다.
◆예술가가 아니라 접대부?=경찰이 압수한 업소 장부에는 여성들의 봉사료 내역과 술값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2, 3만원의 봉사료 중 외국인 여성들 몫으로 1만원, 나머지는 업주의 몫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업소에서 일하던 필리핀 여성 G(26)씨가 업주의 알선으로 손님 K(36)씨와 성매매를 하던 현장을 급습했다. 접대부 역할에 그치지 않고 성매매까지 이어진다는 증거를 잡은 셈이다. K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금까지 5차례 정도 주점을 찾아 수백만원을 썼는데, 단골이 되니 외국인 여성과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밝혔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가 외국인 접대부 성매매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국내 유흥업소에서 공연한다며 예술흥행비자(E-6)를 발급받아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접대부로 일하며 성매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각 구·군에 따르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는 남구 7곳, 달서구 5곳, 북구 3곳, 서구 1곳 등 모두 16곳이 성업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7곳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특히 달서구에서 성업중인 5곳의 외국인 전용 유흥음식점은 모두 지난해 문을 열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업소=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는 외국인 이용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술을 팔며 노래와 춤을 감상하는 유흥주점이다. 외국인을 위해 외국인 무희나 가수가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어 최근 들어 증가 추세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구에 예술흥행비자(E-6)로 체류자격을 얻은 외국인은 219명이나 된다. 이들 중 놀이공원이나 호텔 등에서 가수나 무희로 일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이들 유흥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 성서경찰서는 외국인 전용 유흥주점마다 7~12명 가량의 외국인 여성 접대부를 고용하고, 이들의 70~80% 이상이 필리핀 여성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속 법망은 허술하다. 접대부로 일하더라도 '노래와 춤만 췄다'고 발뺌할 경우 처벌이 쉽지 않다. 게다가 손님과 술을 함께 마셨더라도 나이트클럽이나 단란주점처럼 접대부 고용이 금지된 장소가 아니라면 불법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경찰종합학교 송관헌 교수(정보보안과)는 "단란주점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등 불법 행위가 명확할 경우 관련 기관이 공조해 처벌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며 "관련법을 보완하고 이들에 대한 입국 심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