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요리비전 16일 오후 10시40분
낭푼밥상은 제주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먹던 상차림을 말한다. 먹는 시간을 줄이고 노동에 투자할 시간을 늘리기 위해 밥은 큰 낭푼에 하나만 퍼놓고, 반찬 몇 개에 국만 식구수대로 떠놓은 형태다. 낭푼밥상에 올라가는 반찬은 마치 규칙을 정해놓은 것처럼 한정돼 있었다. 우영밭(텃밭)에서 갓 따온 신선한 쌈채소와 갈치, 옥돔, 자리돔과 같은 어류 그리고 갱이젓, 소라젓 등의 젓갈이 필수반찬이었는데 낭푼밥상을 분석해보면 ▷잡곡밥 위주의 식사 ▷채소와 발효음식이 필수로 들어간 식사 ▷자극적이지 않은 식사 ▷육류보다는 어패류를 더 많이 활용하는 식사로 오늘날 건강식단의 지침들이 그대로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EBS 요리비전 '제주 낭푼밥상'편은 16일 오후 10시40분에 방송된다.
'촐래'는 반찬을 일컫는 제주 사투리다. 제주가 100여 년 간 몽고의 지배를 받을 당시 몽고어의 영향을 받아 생겨났다고 하는데, 제주 반찬의 지난날에도 서글픔이 배어 있다. 예로부터 제주는 척박한 화산토 때문에 농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육지의 몇 배에 달하는 노동력을 들여야만 겨우 먹을거리를 수확할 수 있었다. 땅에 물이 고이지 않아 논은 없었고 이로 인해 벼부터 각종 곡식을 밭에서 일궈냈는데 밭에서 키운 벼인 '산듸'에서 나온 쌀은 어쩌다 한번 먹는 귀한 곡식이었고 주로 보리, 조, 메밀로 주식을 해결했다. 잡곡으로 만든 껄끄러운 밥으로 식사를 해결하자니 꼭 필요했던 것이 바로 국이다. 목 넘김을 쉽게 해주는 고마운 반찬이었기에 제주에는 유난히 국문화가 발달해있다. 또한 농작물은 희박한 반면 해산물은 넉넉해서 반찬의 대부분이 바다에서 온 것들이었는데 밭일에 바다 일까지 겸해야 하는 아낙들은 요리에 공을 들일 시간이 없어 초간편 조리법으로 반찬을 해먹었다. 제주에 가면 꼭 찾게 되는 갈치국, 물회 등이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대표적 촐래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을 뿐 그 시절 낭푼밥상을 받아든 사람들은 오로지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낭푼밥상을 보기만 해도 목이 메여온다는 할머니들의 '제주 여자이야기', 제주 5일장에서 만난 할머니장터의 옛 정취 등을 통해 낭푼밥상에 담긴 제주 여인의 한(恨) 어린 삶을 들여다본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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