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잇몸]①치주질환과 질병

입력 2009-03-16 06:00:00

누구나 건강한 치아를 원한다. 그러나 높은 치과 문턱 탓에 실제 치아를 정기적으로 점검·관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싸다' '아프다'는 선입견과 '괜찮겠지' '귀찮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치아만큼 중요하고, 치아보다 질병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이 바로 잇몸이다. 잇몸이 튼튼해야 자연치는 물론 임플란트 치아도 잘 보존할 수 있고 당뇨,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다른 질병의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다. 대한치주과학회는 매년 3월 24일을 '잇몸의 날'로 제정,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잇몸 관리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잇몸의 중요성, 치주질환과 다른 질환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격주로 '잇몸 건강'에 대해 살펴본다.

"잇몸병, 잇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주질환(잇몸병)이 다른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예전엔 당뇨병 등 다른 질환이 치주염의 원인이 되거나 증상을 악화시킨다고만 알려져 왔지만 최근 치주질환도 동맥경화증이나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병, 저체중아 출산 및 조산(早産)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특히 치주염 환자에게서 당뇨와 동맥경화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치주질환이 당뇨병 등의 질병과 마찬가지로 흡연이나 유전인자, 연령, 사회경제적 상태, 스트레스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생활습관병'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치과대학의 프랭크 스캐너피코 교수팀이 치주질환과 질병에 대해 연구한 결과 치주질환이 동맥경화증,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잇몸 염증에서 증가한 세균 일부가 혈관을 통해 심장 관상동맥으로 이동해 혈전을 형성,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실제 심장 관상동맥 내벽에서 치주질환 원인 균이 관찰되기도 했다. 또 치주질환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을 포함한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정도 높다는 연구도 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이 치주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치주질환도 당뇨병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몇 년 전엔 미국치과학회지(JADA)에 '치주질환을 치료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좋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치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불리기도 한다.

임신부가 치주질환을 앓을 경우에도 저체중아 조산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앨라배마대 치과대 제프코트 박사가 치주질환이 있는 임신 여성 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35주 이전에 치주질환 치료를 받은 임신부가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조산 위험이 83%나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신부의 경우 조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치주질환을 치료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치주질환이 있으면 만성폐쇄성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재목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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