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주 재선거에 여당 처신 잘 해야 한다

입력 2009-03-14 06:00:00

다음달 29일 치러지는 경주 재선거 한나라당 공천에 7명이 신청했는데 이번에 변수로 떠오른 '친박' 인사는 불참했다고 한다. 이 인사가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다시 한번 집권당이 내전을 치르는 상황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총선 때 '친이 친박' 대결로 으르렁대온 집권세력이 또다시 시끄러운 집안싸움으로 국민의 귀를 괴롭힐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인사가 지난번에 낙선한 뒤 이번에 다시 한나라당 공천을 노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끄는 곳이 경주다. 보나마나 친이 쪽에서는 그를 밀기 위해 공천과 선거 과정에 발벗고 나설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안보특보 출신인 전 육군대장이 경주에서 가진 출판기념회에 다녀간 것도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일 것이다. 이번 선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짐작하게 하는 움직임들이다.

경주는 총선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의 무거운 처벌을 받고 아직 감옥에 있는 상태서 실시하는 재선거다. 당시 친박연대로 출마한 김일윤 전 의원이 선거운동원들에게 활동비 조로 돈 다발을 뿌리고 상대 후보를 음해해 다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그런 만큼 모범적으로 선거를 치러 내야할 책임이 출마자들에게도 있고, 후보를 내세우는 정당들도 공명한 선거 분위기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여당 텃밭으로 간주하는 곳에서 한나라당은 처신을 잘 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도 자기들 안방에서 친이 친박 대결이라는 생난리로 민심을 왜곡시켜 놓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번 재선거에까지 양 세력이 맞붙어 치고받는 것은 한나라당의 미래를 갉아먹는 짓이다.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한가하게 패가 갈려 집안 재산싸움 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경주 재선거가 집권당 내 세력 대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불이 붙으면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선거다. 출마 당사자뿐 아니라 지지세력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날 수없이 경험했다. 경주 선거도 그래서 다시 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은 과열한 선거로 치달을 수 있는 집안싸움만큼은 피해야 한다. 또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모른다. 이렇게 먹고살기 힘든 나라 사정에서 집권당이 두어야 할 관심은 계파싸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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