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집안 정리하고 봄나물로 밥 한끼

입력 2009-03-14 06:00:00

추위 때문에 움츠리던 겨울, 그 때문에 행동 반경도 좁아지고 그러다 보니 덜 부지런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침의 쌀쌀한 기온 탓에 완연한 봄이라고 말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한낮의 눈부신 햇살은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기엔 충분하다.

지난 휴일 굳이 날씨 때문이 아니라 막둥이가 졸라대던 피아노를 들이는 준비에 분주했었다. 덩치가 그리 큰 것도 아닌데 그 자리 하나 마련하려니까 온 집안 구조를 바꿔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핑계로 안방도, 애들 방도 버릴 것은 좀 버리고 정리 안 됐던 것 정리도 하고 나니 한결 뿌듯했다. 주부들이라면 계절이 바뀌면 으레 이불이며 커튼이며 봄빛으로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새 걸로 꾸며볼 욕심만 커진다. 낡은 가구를 보며 애물단지 취급만 했지 이렇게 저렇게 구조를 변화시켜 보려는 생각은 못했나 보다. 살짝 자리만 옮겨 봤는데도 기분은 새 살림 장만한 것처럼 넉넉해졌다. 구석구석 먼지도 털어내고 춥다고 온실에 꾸역꾸역 쑤셔 넣어둔 화분들도 봄볕 실컷 맛보라고 마당에 내놓았다. 앵두나무에 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했고 무거운 옷들이 차츰 소외되는 걸 보면 설레는 봄이 왔음이 분명한 것 같다.

시장엔 입맛 돋우는 봄나물들이 하나 둘 선을 보이고 꽃집에선 묘목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올망졸망 모여 있다. 피부로 눈으로 느끼고 또한 입으로 한껏 봄 내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사소하지만 행복이라 여겨진다. 유난히 봄이 짧은 대구라서 갖가지 이유를 찾아서 나들이를 해볼 계획이다.

도시락 갖고 떠나는 피크닉도 좋겠고 자전거로 근교를 시원스레 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짧아서 더 값진 봄을 놓치지 않도록 이번 주말 도시락에 따뜻한 보온 물병 하나 들고 자전거 타고 가족 나들이를 해야겠다. 가능하다면 맘 맞는 이웃들과 함께 가면 더 즐겁겠지. 종경, 정훈, 유진 엄마 같이 안 갈래?

남향옥(대구 수성구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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