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움츠림의 계절은 지나갔지만 경제상황은 여전히 춥다. 서민과 영세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은 여전히 움츠리고 있다. 경기는 바닥이다. 직장인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임금이 깎이고, 복지는 후퇴하고 있다. 돈이 풀려야 소비가 늘고, 투자도 하고, 경기도 나아질 터. 대다수 기업은 환율, 자재값, 경기상황의 추이를 살피며 있는 돈도 꽁꽁 묶어놓고 있다. 사람을 뽑지 않고, 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않고, 사업규모를 줄이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웅크리고, 복지부동할 수만은 없다. 희망과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행동하는 사람과 기업에 성장의 기회는 더 빨리 올 것이다.
지역에도 그런 기업들이 있다. 경기 탓에 움츠리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희망이다.
이노메탈이지로봇(주)(옛 에너지환경연구소, 대구시 중구 동인동, 대표 이영호)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큰 업체이고, 미래에너텍(대구시 달서구 본동, 대표 박민호)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두 업체는 규모에서 차이는 크지만, 지난 2006년 설립한 신생 기업이란 점과 미래를 내다보고 공격적 투자를 하는 '전도 유망한 업체'란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 업체는 눈앞의 수익이나 투자 대비 즉각적인 효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전문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제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시공능력과 실적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경기, 환율, 자본, 자재비에 매달려 전전긍긍하거나 잔뜩 움츠린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기업이다. 짧은 기간 급성장한 업체는 그만큼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노메탈이지로봇, 두뇌와 전략적 제휴로 세계로 뻗어간다
2006년 6월 설립된 에너지환경연구소(주)는 지난해 10월 이노메탈이지로봇(주)을 흡수 합병했다. 에너지환경연구소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획·설계·운영관리·컨설팅 업체. 자동차부품과 완구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와 합병, 연구개발과 모듈 생산공장의 부품 공급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사업부가 핵심인 이 업체는 다양한 분야의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토털서비스업체로는 국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우수한 두뇌를 활용한 기술력과 전략적 제휴를 최대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에너지사업부 인력(100명) 상당수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석·박사 학위를 지닌 전문가들이다. 자본과 경험이 아니라 고급 두뇌가 최대의 자산인 셈이다. 이때문에 국내 주요 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이나 발전시설 건립사업의 용역을 따내는 데 경쟁 업체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다.
지난 2007년 말 대구시의 솔라캐노피(태양광 지붕) 사업의 설계권을 따냈다. 솔라캐노피는 대구의 공공기관과 학교 900여곳을 태양광 지붕으로 덮는 사업. 태양광 관련 내로라하는 업체들을 제치고 이 설계권을 따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4월 충남 태안군으로부터 태안에너지종합특구 내 해상풍력단지 조성개발 용역권을 따낸 데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김천풍력단지 건설·운영권까지 획득했다. 고급 두뇌를 활용해 굵직한 설계 용역, 사업권을 대거 확보한 것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경기침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용역, 사업권 확보를 통해 모은 자본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9월에는 기획, 설계, 컨설팅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김천지역에 태양광전지 모듈 제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사인 '토자이 홀딩스'와 함께 (주)아이리솔라를 출범시켰다. 올 상반기 착공 예정인 태양광전지 모듈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0㎿ 규모의 태양광전지 모듈을 생산하고, 여기에 약 280명의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최근 기업체들과는 달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셈이다.
이영호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회사 설립 전 5년 이상 준비했다"며 "이 분야 전문가 그룹과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독일과 덴마크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세계적 기업들과 협력 채널을 확보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이영호 대표의 폭넓은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는 최근 결실을 거두고 있다. 특히 국내 전문인력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술자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글로벌 파워'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6월 '박막 필름' 태양전지 설계·생산의 세계적 기술자인 스위스 발터 포버거씨를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같은 해 10월에는 독일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리히만씨를 특별고문으로 각각 영입했다. 포버거씨는 에너지환경연구소가 올 상반기 대구에 설치할 예정인 태양전기 모듈(집광판) 생산공장의 기술이사로 일하게 된다.
이 업체의 전략적 제휴는 선진기술 도입 등 사업의 질적 확대를 가져오고 있다. 에너지환경연구소는 지난해 10월 유럽 최대 바이오에너지 기업인 독일 '플란에테사', 세계적 기술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연구소' 등과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너지환경연구소는 이들과 공동으로 경남, 충남·북, 전남, 강원 등지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미래에너텍, 기술력으로 미래를 선점한다
미래에너텍은 지난 2006년 11월 설립 이후 2007년 매출 7억원에서 출발해 2008년 8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목표는 300억원이다. 현 추세로 볼 때 올해 매출목표를 더 늘려 잡아야 할 상황이다. 설립 당시 직원 4명에서 현재 13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는 서울사무소를 열었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설계·시공업체가 단기간에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미래에너텍은 주택 보급용과 상업용 태양광발전소 시공업체다. 쉽게 말하면 주택이나 상업용 부지에 철구조물을 받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여기에는 철구조물 설치를 위한 설계와 태양광전지판 시공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박민호 대표는 '설계·시공 능력'과 '시공실적' 면에서 지역 40~50개 태양광발전기업 중 선두권임을 자부한다.
지난해 5월 예천지역 솔라팜에 대용량 발전에 해당하는 1㎿(시간당)급 발전소를 시공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0~30㎾급 소용량 발전설비는 시공기술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1㎿급 이상 생산설비는 상당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 업체는 설계 및 시공능력뿐 아니라 태양광 발전에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방식을 찾아내 적용하는 기술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태양광 방식은 크게 4가지. 햇빛을 향해 정남향에 설치하는 '고정형', 계절별(봄·가을, 여름, 겨울)로 전지판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고정가변형', 해의 이동에 따라 아침, 저녁으로 전지판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단축형', 계절별·시간대별 이동이 가능한 '양축형(해바라기형)' 등이다.
미래에너텍은 내구성, 유지관리비, 설치비 대비 생산용량에 따른 효율성 등을 감안한 최적의 발전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박 대표는 "구조물 설계부터, 시공, 설비 시스템까지 토목, 건축, 전기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수요자에 부응하는 최적의 발전방식을 택하다 보니 시공실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07년 주택보급용 발전설비 120곳, 상업용 발전설비 2곳을 시공했으나, 지난해 주택보급용 200곳, 상업용 3곳으로 늘었고, 올해 주택보급용 600곳, 상업용 6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상업용의 경우 이전에는 발전용량이 30~100㎾급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50㎾부터 750㎾, 1천㎾급 등으로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
미래에너텍은 올해부터 인력확충과 생산라인 구축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안에 전기 및 구조물 엔지니어와 설계분야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또 설계·시공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체 생산라인을 갖추기 위해 의성지역에 상업용 태양광발전소 건립 부지를 물색 중이다.
미래에너텍의 미래전략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인수합병(M&A)과 기술 제휴 ▷민간투자 활성화 기반 조성 ▷해외시장 개척 등이다.
산학연계 등을 통한 연구개발로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앞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 핵심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원가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또 원스톱서비스 제공을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올해부터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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