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수도 보고타(Bogota)의 1천500석 규모의 유서 깊은 대형 극장. 관객들은 동양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기립 박수로 환영했다. 콜롬비아 현지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한국인 공연. 요한 스트라우스의 '박쥐', 비제의 '카르멘 조곡',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등 친숙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언어와 문화는 달랐지만 공연의 감동은 그대로였다. 마지막 아리랑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앙코르가 쏟아졌다. 피부색 다른 외국 연주단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관객들은 뛰어난 연주 기량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콜럼비아 7개 도시 순회 연주회에 나선 '대구 오페라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대구 음악의 힘'을 자랑하고 돌아왔다. 박한길 오케스트라 단장은 "관객들이 '이 극장에서 들은 연주 중 최고였다'며 단원들에게 기념 사진 촬영을 청할 정도로 환영을 받았다"며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구 오페라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해외 첫 공연인 이번 남미 연주는 대구 음악의 저력을 국제 무대에서 재확인 받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유럽에서 활동중인 성악 협연자들과 함께한 이번 연주는 콜럼비아 공연 기획사와 유럽 연주자들의 신뢰 속에 성사됐다. 연주단의 방문은 현지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됐다. 박선영 오케스트라 기획팀장은 "현지 기획사로부터 내년에 베네수엘라나 페루 공연이 가능하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실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버스를 타고 많게는 16시간이나 다음 공연 장소로 이동하는 강행군이었지만 큰 보람을 얻었다"고 했다.
이번 공연의 성공은 전국 유일의 오페라 전문 연 단체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대구 오페라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성과다. 2004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는 대구 국제오페라 축제와 대구 오페라하우스 기획 공연을 중심으로 연간 40여회의 국내 연주 일정을 소화해 오고 있다. 이 중 4분의 1은 시외 연주다. 지난해에는 국립오페라단 초청으로 협연을 했다. 박 단장은 "국내 유일한 오페라 전문 연주단체이다 보니 국내에서도 협연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구 오페라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키운 건 대구 음악계가 가진 양질의 토양이다. 박 단장은 "대구는 국내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인적 음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대구 음악의 긍지를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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