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유기농 빵 만드는 '연화식품'

입력 2009-03-12 14:24:45

구미 외곽의 야트막한 언덕 위, 고소한 빵냄새가 풍겨나는 '빵공장'이 있다. 우리밀 베이커리 연화식품 공장에 들어서니 오븐에서 갓 나온 카스테라'식빵'크로와상 등 다양한 빵들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직원들은 분주하게 오븐의 빵들을 꺼내 식히고 포장하느라 분주하다.

이곳은 행복한 빵공장이다. 만드는 재료들이 100% 국내산에다 유기농제품으로 '착한'녀석들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빵을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빵을 맛보기 전 '우리밀로 만든 빵은 거칠고 퍽퍽하다'는 선입견은 일단 버려야 한다. 그건 몇 년 전의 얘기다. 결따라 찢어지는 닭고기처럼 쫄깃하고 촉촉한 우리밀 빵은 일반 빵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것은 어려움 속에서 우리밀을 생산해온 농민들과 수년간 제빵 기술력을 높인 제조업체,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 등 세 주체의 노력 덕분이다.

빵을 좋아하던 김선화(35) 사장은 2000년 '우리밀로 빵을 만들면 몸에 좋지 않을까'란 단순한 생각으로 우리밀 빵만들기에 뛰어들었다. 당시엔 우리밀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을 뿐더러 밀가루의 수분함량은 제각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밀은 전라도 일대에서 일부 재배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가격은 수입 밀가루의 2배였다. 게다가 제분공장은 영세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엔 사실 맛이 없었어요. 어렵사리 고민해서 제품을 내놔도 판로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연화식품은 지난 8년간 꾸준히 연구와 개발을 거듭해왔다. 그 사이 우리밀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중국산 식품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먹을거리에 불안감이 증폭된데다 최근 멜라민 파동까지 겪으면서 '비싸더라도, 맛이 덜하더라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이제 우리밀 자급률이 2%대로 늘어났다. 대기업에서 우리밀 제분사업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제분기술도 향상됐다.

"우리는 모든 원료를 100% 국내산만 써요. 방부제가 없는 깨끗한 우리밀에다 생이스트, 유기농 설탕과 우유만 사용하니 믿고 먹을 수 있죠. 이 때문에 아토피'당뇨 등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더욱 많이 찾습니다." 생산책임자 신재교 대리의 말이다.

이곳 직원들은 모두 10여명. 최소 3년 이상 근무한 가족같은 사람들이다. 주문량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은 늦어도 오전 6시면 일을 시작한다. 한여름엔 오전 4시가 출근시간이다.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해야 하는 과정이 많아 시간과 정성이 훨씬 많이 든다.

그래도 직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6개월간 실험 끝에 만들어낸 밤식빵이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아 직원들은 신이 난다. 여기에 사용되는 밤은 칠성시장 밤골목에서 직접 국내산을 공수해 만들기 때문에 훨씬 고소하다. 팥빵도 인기 품목. 구미'상주 등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국내산 팥과 유기농 설탕 등으로 고물을 만들어 시중의 팥빵보다 담백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옛 어머니들의 손맛이 난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 인기 덕분에 하루 1천600여개의 빵을 생산하고 있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재료를 아끼지 않아요. 우리밀 빵에 맞는 최적의 온도와 숙성시간을 찾기 위해서 버려야했던 재료만 해도 그 양이 엄청나죠."

김 사장과 직원들의 정성 때문일까. 경기는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지만 이곳 매출은 상승 중이다. 친환경 급식을 지향하는 학교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 생협, 일반 유기농매장 등 판로도 한층 다양해졌다. 최근엔 시중에 판매되는 빵값이 오르면서 우리밀 빵과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 직원들은 당장 눈앞의 이윤보다 우리밀 빵의 대중화를 우선시한다. 김 사장은 최근 초등학생 딸이 좋아하는 캐러멜과 초코바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초코바 하나에 10가지가 넘는 보존료가 들어가요. 첨가물 범벅이라고 할 수 있죠. 생크림, 유기농 설탕, 국내산 땅콩 등을 재료로 만들어봤더니 의외로 맛있어요. 유통기한은 짧지만 안전이 우선 아니겠어요?"

앞으로 김 사장은 공장을 아이들 체험학습 장으로 공개할 생각이다. 재미는 물론 식품 안전에 대한 교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화식품 직원들은 언젠가 '유기농'이란 단어 자체가 사라질거라 믿는다. 안전한 먹을거리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올거란 믿음에서다. "힘들지만 보람이 크다"는 연화식품 식구들은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빵을 구워낸다.(054-472-8154, www.woorimilbakey.co.kr)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