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확대…지역고교 비상

입력 2009-03-12 10:18:50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되면서 대입전형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기존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공교육을 살리는 진일보한 제도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객관성, 지방 학생의 불리 여부 등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올 입시 입학사정관 대폭 확대

포스텍이 9일 올해 입시에서 입학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을 통해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11일 서울의 주요 대학들도 신입생 선발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북대도 2009학년도 입시에서 70명을 선발했으나 올해는 3배에 가까운 180~190명을 뽑을 계획이다. 이들 대학들은 기존의 일률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으로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김소야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들은 특정학과를 선택한 동기와 의지, 그리고 전공 공부를 위한 준비과정, 학습계획 등을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면밀히 분석했다"며 "대학에 와서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를 하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우려와 파장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입학사정관제의 모형이 개발·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모델인 미국과는 국내 현실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대학(특히 명문대)를 보내려는 부모의 열망이 각별하고 점수의 소수점까지 따져 합격 여부를 정해온 터라 우선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제도는 학부모들에게서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2 아들을 둔 이동형(48·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사정관들이 교과 성적 이외에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력, 특기, 적성, 봉사심 등 여러 분야를 평가하겠다는데 납득할만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입학사정관제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학사정관제가 변종의 본고사를 부활시키고 신종 과외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일부 대학들이 이미 면접과정에서 고난도의 수학·과학의 문제를 제시해 본고사 부활 논란을 낳고 있다. 면접과 포트폴리오(자기소개서·수학계획서 등) 심사 과정에서 학생의 경제·문화적 배경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잠재력 평가에 대한 일관적이고 객관적 기준이 없을 경우 학생의 교양수준, 다양한 과외활동, 해외 연수 및 여행 경험 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자칫 중산층 이하 가정과 지방의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송원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입학사정관제는 취지대로 운영되면 공교육 활성화라는 순기능을 하겠지만 잘못 운영되면 '계층간 이동'을 차단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입학사정관제가 대폭 확대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확대 시행으로 당장 고교에 비상이 걸렸다.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학생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희망 대학(학과)의 전형방법 등을 꼼꼼히 따져 학생별 맞춤식 지도를 해야 할 형편이다. 대건고 이대희 교무부장은 "독서이력, 봉사활동, 경시대회 실적 관리 등 학생이 지원 대학에 제출할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들려면 고1 때부터 진학지도를 해야 할 것"이라며 "바람직한 제도이긴 하지만 객관적 기준이 없을 경우 준비된 상위권 학생들에게 합격 기회를 더 넓혀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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