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자로 '통장'에 임명된 유정자(54·여·대구 중구 남산4동)씨는 무려 7대 1의 경쟁률을 통과했다. 유씨가 공개채용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친 것은 50년 가까이 동네 터줏대감으로 살아온 경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 그는 "동네에 누가 사는지,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 하나하나까지도 꿰고 있는 것이 통장선임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남산4동은 모두 4명의 통장을 선발했으며 평균 경쟁률이 4대 1을 기록했다.
◆통장 시험도 등장='통장'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억지춘향격으로 통장직을 맡는 경우가 상당수였지만 요즘은 '수입까지 짭짤한 공직'으로 인식되면서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접수를 마감하는 북구 무태조야동 37통 통장 모집에는 이미 4명의 지원자가 나섰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 몇 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신청서를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최종 경쟁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사무소는 서류심사 70%, 면접 30%의 점수를 합산, 고득점자를 최종 합격자로 낙점한다.
지난 9일 모집공고를 낸 복현2동에는 10일 하루에만 십여통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동사무소 측은 "현재 통장이 곧 정년이 돼 그만둘 것이라는 사실을 많은 동네 사람들이 알고 있어 미리 준비한 주민도 적잖다"며 경쟁률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했다.
통장이 인기를 끌면서 선발 시험까지 등장했다. 지난 1월 통장을 선발한 경기도 군포시 군포2동사무소 관계자는 "4명의 통장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한 곳에 지원자 5명이 한꺼번에 몰려 통장의 역할, 직무 등을 묻는 20여 문항의 문제를 출제해 선발했다"고 했다. 전남 익산과 부산, 김해 등에서도 시험을 치는 등 '통장' 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혜택도 만만찮아 =지원자가 몰리는 것은 통장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임기 2년 동안 월 20만원의 활동비와 설·추석 상여금(각 20만원), 회의참석비(월 4만원), 고교생 자녀 수업료(분기당 35만100원) 등의 금전적 수입에다 행정정보 접근용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다.
게다가 도심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과거보다 통장직 수행이 훨씬 수월해졌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주택가에서는 일일이 집을 방문해 각종 서류를 전달해야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우편함에 꽂아두면 그만"이라며 "원룸촌 등 이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통장직을 맡을 사람을 찾기가 어렵고 아파트단지 경우에는 많게는 10여명까지 지원자가 몰린다"고 말했다.
두 번 통장에 도전했다가 떨어졌다는 김모(45·여)씨는 "가정주부나 동네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장의 꽤 매력적인 자리"라며 "요즘같이 어려울 때는 이마저도 아쉽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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