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봄기운에 겨울이 자리를 내주기 서러워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번 주는 우연찮게 책으로, 필름으로 다양하게 인도를 접하게 되었다.
'아샤 미로'라는 스페인 작가가 쓴 '갠지스의 딸'이란 소설은 일곱살 때 스페인으로 입양된 인도 아이가 스물일곱의 피아노 선생님으로 엄마의 나라 인도로 봉사활동을 나서면서 자신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내용의 자서전인데, 인도가 주는 막연한 신비감을 기대하고 책을 잡았다가 울면서 책을 내려놓은 휴먼 스토리 그 자체였다. 삼십년 만에 처음 만난 친언니의 딸이 이모인 자신과 흡사한 모습을 보고 핏줄의 위대함과 생명의 외경을 느낀다고 했다.
놀랍게도 실제로 소설에 첨부된 사진에는 조카와 이모가 모녀 간보다 더 닮아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조카를 만났는데 자신과 흡사할 때의 당황스러움은 처음 먹어보는 인도 음식이 낯설지 않음을 이해하게 하였다. 자신이 성장했던 수녀원이 있던 뭄바이의 빈민과 가난, 그리고 불결함이 오히려 정겨워 보임은 자신의 혈관에 흐르는 것은 이십년 이상 살아온 스페인이 아니라 태어나 고작 몇 년간 산 인도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인도에서 봉사함으로써 자신의 땅을 확인하고 친언니와 오빠를 만남으로 인해 핏줄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이 소설은 완곡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눈물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즈음 TV에서 인도에 관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카스트제도를 조명한 필름이었는데 몇번이나 분노를 삼켜야할 만큼 흥분하면서 봐야했다. 네가지 계급에 불가촉천민까지 더해진 엄격한 카스트가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 박혀 있었다. 소수의 상위 계급과 피라미드 밑변처럼 다수의 대중들이 하위를 구성하고 있고, 그 하위 계급들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새처럼 가는 다리를 가진 아이들이 파리가 들끓는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다. 그나마 이런 카스트는 나은 계급이다. 최하위인 불가촉천민들은 마을에 들어갈 수 없으니 쓰레기통도 못 뒤지고 천형의 역병 환자처럼 마을 밖에서 격리돼 생활하고 있었다.
반면 카스트의 최고계급인 브라만 승려들은 간단한 종교 의식을 집전하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신이 당신에게는 더 기부하라 하신다"면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아 챙기듯 공공연히 금품을 갈취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가 아직도 공공연히 존재하는 나라, 인도를 보면서 몇가지 의문점을 던져보게 된다. 인도 땅에 있는 그 많은 힌두 신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그 신들은 이 불쌍한 빈민을 정녕 구원할 수 없는가? 위대한 간디의 후예 인도의 지성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 지성들은 이 카스트제도를 해결할 수 없는가?
꽃샘추위로 얼어붙은 마음만큼 차갑게 인도에 거리감을 느끼고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인디아 펀드를 해약하고 싶을 만큼 인도에 실망감을 느낀 한 주였다.
053)253-0707, www.gounm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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