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및 대형 투자은행의 위기로 촉발된 1차 금융쇼크는 최근 2차 금융쇼크로 번지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4일 "전 세계가 경제 위기에 빠져 증권사들도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올 한해도 증시'환율을 비롯한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황은 어렵다. 미국 상업은행 씨티그룹이 사실상 국유화 됐고, 미국 최대 보험사 AIG에는 대규모 추가 구제금융 투입이 불가피하게 됐다. 동유럽에서 터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은 서유럽은행의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신용경색을 초래하고 있다. 수출 종주국이라는 일본마저 지난 1월 무역수지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최근 코스피지수는 장중 1000선이 무너졌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천600원대를 위협하며 매일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그러면 각 금융사를 대표하는 CEO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가와 환율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주가 반등이 언제 시작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20명(40%)이 올 3분기를 꼽았다. 4분기에 바닥을 지날 것이라고 대답한 CEO는 11명(22%)이었다. 하반기에 국내 증시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비율이 62%로 반수를 넘었다. 2분기에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의견도 9명(18%)이나 됐다. 반면 내년 이후로 보는 경우는 10명(20%)에 그쳤다. 10명 중 8명은 년내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주가 바닥 수준이 어디 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900~950선이 19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작년 10월의 저점이 938.75라는 것을 감안한 대답으로 보인다. 950~1000선 12명(24.5%), 850~900선 9명(18.4%)으로 뒤를 이었다. 6명이 850선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고, 1000선을 지킬 것이라는 의견도 4명이나 됐다.
일부 CEO는 시중에 풀린 돈이 증시로 몰릴 경우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근본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개선이 없는 한 단기간의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에서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세가 언제 끝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과반에 가까운 23명(46%)이 올 2분기를 찍었다. 17명(34%)이 지목한 3분기까지 합하면 80%가 2~3분기 안에 환율 고공행진이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까지 간다는 의견은 9명에 그쳤다.
현재 환율이 다소 과열상승돼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상황이 조금만 개선되면 환율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의 외환사정에 분명 위험요소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CEO는 "나도 1천500원쯤이면 그칠 줄 알았는데, 계속 환율이 오르고 있다"며 "현재 환율이 지나치게 올라 있다는데는 동의하지만 은행의 과도한 단기외채 등 위험요소에 대해 방심할 수 만은 없다"고 밝혔다.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은 국내보다 다소 어두웠다. 세계 경기침체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절반인 25명이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내년 하반기로 답한 CEO도 18명(36%)에 달했다. 반면 올 하반기로 응답한 숫자는 4명(8%)에 그쳤다. 2011년 이후로 답한 CEO도 3명 있었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부실 폭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도 않았고, 그 불씨가 유럽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국이 일단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중국에 대해서도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하는 CEO들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극심한 충격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밖에도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2009년 하반기 49%, 2010년 상반기 34.7%로 응답했고, 주가 반등시기도 올해 3분기와 4분기가 40%와 22%를 차지했다. 전망대로라면 올 상반기가 지나면 비교적 좋아진다는 것이다. 전망이 전망으로써 끝나지 않길 많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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