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심심하면 다른 나라 노래 불러서 유튜브에 올려봐
2월말 유튜브(UCC를 공유하는 다국적 웹사이트)에 올라온 한 흑인여성의 동영상이 우리 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우리 나라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Gee'라는 노래를 꽤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우 예뻤다.
그녀는 누구인지, 왜 한국노래를 부르는지, 순식간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에 그녀의 동영상이 뜨고, 일간지에 그녀의 인터뷰가 실렸다. UCC문화는 평범한 일반인을 순식간에 스타로 만든다. 저멀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어느 평범한 외국인이 지구 반대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순식간에 팝스타로 떠오르는 신기한 일들을 벌어지게 한다.
그녀의 이름은 나탈리 화이트. 지난 한 주 벌어진 그 영화 같은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내가 그 흥미진진한 사건의 한가운데 있었다. 발단은 내가 무심코 보낸 이메일 한 통이다.
나는 '스타킹'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다.
"스타킹에 출연하는 거라면 나탈리가 당장 한국에 올까?" 우리는 인터넷에서 나탈리의 동영상을 보여 농담처럼 그런 말을 주고 받았다. 나에게 당장 다음주 미국 TV에 출연하러 오라고 하면 어리벙벙해질 게 분명하다.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별 기대 없이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바로 답장이 왔다. 그녀의 꿈이 한국 TV에 출연하는 것이고, 스타킹이라면 더욱 좋다는 것이다. 며칠 후 나는 엉겁결에 인천공항에서 '나탈리'라는 이름표를 들고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나탈리는 평범하고 수줍은 '그냥 미국 아가씨'였다. 물론 그녀는 확실히 예뻤고 모델처럼 날씬했다. 대학시절 기숙사 방에 있던 텔레비전이 너무 작고 낡아서 TV채널이 하나밖에 안 잡혔는데 하필이면 그 채널 하나가 한국방송이었고, 그때부터 그녀는 한국의 가요와 드라마에 심취해서 인터넷으로 혼자 한국어도 공부했다. 그리고 열심히 연습한 한국노래 동영상을 재미로 '유튜브'에 올려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영상을 올리지마자 조회수가 100만을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동영상을 올린 그날로부터 딱 일주일 후, 나탈리는 지금 한국의 TV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15시간이나 타고 한국에 와 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이 자기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유 노우? 잇츠 아썸!(이거 너무 멋진 일이지 않아요?)"을 연발했다.
그날부터 시작이었다. 나탈리가 한국에 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맨 먼저 연예기획사들이 내 핸드폰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온갖 신문 잡지의 기자들, 그리고 광고기획사들이 줄을 이었다. 나탈리는 한국에 온 다음날 아침부터 포토라인 앞에서 포즈를 잡고 기자들을 만나야 했다. 스타킹 녹화를 하는 내내 온갖 연예기획사 사람들이 나탈리 주위를 배회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더 많은 기자들이 몰려와서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시민 나탈리 화이트는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스타가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전문 코디네이터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포토라인 앞으로 뛰어가 카메라 세례를 받고, 거리를 나서면 사인을 해달라고 몰려오는 팬들에게 둘러싸이고, 저녁 늦게까지 인터뷰 스케줄에 시달리는 대스타의 생활에 돌입했다. 옆에서 그녀의 스케줄을 챙기면서 나는 엉겁결에 대스타의 매니저 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정신없는 열흘이 지나고 드디어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나탈리를 저녁 회식자리에 초대했다. 그녀는 처음 먹어보는 삼겹살구이에 홀딱 반해서 열심히 삼겹살에 된장과 마늘을 얹어 상추쌈을 싸먹고 있었다. "나탈리! 미국에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어때?" 그녀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수줍게 웃었다. 내일모레 아침 샌프란시스코의 조용한 방에서 눈을 뜨면 한국에서의 모든 일이 마치 하룻밤 꿈처럼 까마득해질 것이다.
나탈리가 떠난 후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는 게 심심하면 너도 다른 나라 노래 불러서 유튜브에 올려봐. 인도나 중동 같은 나라에서 대스타가 될 지도 모르잖아." 정말, 그런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물론 나탈리만큼 예쁘다면 말이다.) 지구 어느 나라로 특별한 여행을 꿈꾼다면 당신도 도전해보시길.
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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