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발달 영향 정보장벽 무너져, 스포츠 스타들도 무한경쟁 돌입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예선전에서 한국을 1위로 이끈 김태균이 무한 경쟁의 원리가 적용되는 '스포츠 신자유주의'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급격히 커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스카우트 등 '야구 시장'의 냉정한 구매자들은 WBC 아시아예선전에서 맹활약한 김태균을 주목했다. 김태균은 아시아 예선전 4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내 최고인 타율 0.417, 장타율 0.750, 6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지난 7일 일본전에서 일본의 자존심인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140m짜리 대형 투런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9일 일본과의 1, 2위 결정전에선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천금 같은 결승타를 뽑아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현지에서 '정확성에 파워까지 갖춘 타자' '아시아라운드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수' 등의 평가를 얻고 있는 김태균은 올 시즌 후 한국 무대를 넘어서 더 많은 부와 명성이 보장되는 일본이나 미국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정보 통신의 발달과 국가 간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형성된 세계적 규모의 무한 경쟁 무대에서 정상에 선 삼성의 휴대폰과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세계 최고를 향한 경쟁이 스포츠 스타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이 무한 경쟁의 승리자는 압도적인 부와 명성을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얻을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주목받을 수 있는 오늘의 정보 환경 속에서 큰 스포츠 대회를 통해 두드러진 활약을 할 경우 자고 나면 스타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내에서 야구 스타로 꼽히던 김태균은 이승엽의 그늘에 가려 국제 무대에선 알려지지 않다가 불과 4일 사이에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됐다. 아직 그에게 지금보다 더 큰 부가 다가오진 않았지만 명성만큼은 확실히 커졌다. 그가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 무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갈 경우 부와 명성이 더 커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최고의 스타 한 명이 부와 명성을 철저하고도 완전히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한 경쟁의 흐름 속에서 압도적인 승자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에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었지만 각종 대회 상금과 대회 초청료, 광고 수입 등 연간 총 1억1천733만달러를 벌어들여 2위 필 미켈슨(총 4천485만달러)의 세 배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지구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카, 호나우지뉴, 리오넬 메시 등은 탁월한 실력으로 정점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미남 스타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은 축구 실력 외에 연예적 요소가 더해져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 스타들도 국경을 넘어 문호가 개방된 세계 최고의 스포츠 무대에서 부와 명성을 쌓는 '스포츠 신자유주의' 대열에 합류했다. 세계적인 축구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급 선수로 자리 잡은 박지성은 전 세계 축구팬들이 알고 있다. 1980년대 당시 세계 정상급 축구 리그였던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던 차범근이 정보 장벽으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남자 골프의 최경주, 앤서니 김, 여자 골프의 신지애, 위성미 등도 정상급에 머무르고 있거나 정상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고 있다. 10여년 전 프로야구의 박찬호, 여자 골프의 박세리가 닦아놓은 길을 이들이 가고 있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와 남자 수영의 희망 박태환은 불모의 종목에 꽃을 피우며 순식간에 판을 바꿔 놓았다. 김연아와 박태환은 국내에선 2인자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만들면서 연 수입 규모는 '승자 독식'일 정도로 막대하고 일방적이다.
경제의 신자유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반면 '스포츠 신자유주의'는 대부분이 환호를 보내는 가운데 많은 무명 선수들의 눈물을 딛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지석(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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